<웨이브> 기업들의 씀씀이 줄이기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짐에 따라 대기업들의 씀씀이 줄이기가 구호단계를 넘어 실천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각종 내부적인 비용절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동안에는 건드리지 않았던 「접대비」에까지 손을 대 일정액을 초과할 경우는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대내외적인 긴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종전에 나름대로 목적을 갖고 성대하게 치러왔던 회사 창립기념일이나 그룹 체육대회 등 공식적인 큰 행사들까지 과감하게 축소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사례까지 잇따르고 있다.

중견 전자부품업체로 국내 산업용 인쇄회로기판(PCB)업계의 터줏대감인 대덕전자가 지난달 25일 창립 25주년을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맞이해 「뜻밖」이라는 평과 함께 「긴축을 실천할 수밖에 없는 시기」라는 공감을 샀다. LG그룹의 「건전한 회식문화」 선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됐다.

최근에는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인 삼성이 「창립 60주년」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고 한국전력은 내년 초에 계획했던 「전력공급 1백주년」 행사를 대폭 축소키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당초 삼성그룹은 내년 3월 창립 60주년을 맞아 용인 에버랜드에서 전체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삼성 엑스포」를 개최키로 하고 특별기획단을 구성해 지난 4개월 동안 준비작업을 벌여 왔으나 전반적인 경영환경의 악화로 당초 방침을 전격 철회, 행사 자체를 취소했다고 한다.

한국전력도 내년 초에 전력공급 1백주년을 맞아 대규모 기념행사를 치를 계획이었으나 경기침체 상황을 감안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행사 대신 타임캡슐 설치 등 간단한 행사로 대체하기로 했고, 한국3M을 비롯한 상당수의 중견업체들도 창립기념일이나 체육대회 등을 내부적으로 간소하게 치르기로 했다는 소문이다.

일부 대기업들이 호황시절에 만들어 진행해오던 해외 장기연수 제도나 직원에 대한 각종 프리미엄 성격의 지원책은 거품이 걷히면서 이미 사라졌거나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상대적으로 넉넉한 층에서까지 이처럼 허리띠를 졸라매고 불황을 이겨내려는 자세를 솔선해서 보여주는 한 길어지는 겨울이 춥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