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KIST 등 정보통신부 및 과학기술처 산하 출연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은 연구소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새정치국민회의 정호선 의원이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정통부 및 과기처 출연연구기관 연구원 1천2백74명을 대상으로 이같은 내용의 설문조사를 벌여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구소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있는 응답자는 전체의 39.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44.82%가 「그렇지않다」고 답해 연구원의 절반 정도가 이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직업을 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 42.7%가 대학교수를, 12.40%는 벤처기업 사장을, 2.28%는 대기업 연구원을, 15.93%는 기타 직업을 선택하겠다고 응답해 총 9백26명의 연구원이 「여건만 맞으면」 이직할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처럼 연구원들이 연구소를 평생직장으로 여기지 않는 이유는 30.14%가 「신분 불안」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고 정부의 「직, 간접적 간섭」이 10.28%, 「연구소 내부문제」가 6.44%, 「저임금」이 6.28% 등의 순으로 응답해 연구원 연구의욕 상실의 주범이 대부분 연구 외적인 요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수행과제에 대한 연구비 확보수준은 1년미만의 연구비가 확보돼 있다는 연구원이 38.70%, 2년 미만이 15.93%, 3년미만 17.90%, 4년미만 2.43%, 5년이상 4.95%으로 집계돼 대다수의 연구원들이 장기 연구과제보다는 단기 과제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들은 또 연구의 지속성이 없으며(30.46%) 행정간섭이 많고(21.74%) 장기프로젝트 부재(19.54%) 등으로 인해 「연구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들 연구원은 과제확보를 위해 41.60%가 연 1, 2회씩 관련 부처로 출장을 다니며 8.32%은 무려 7회 이상 출장을 다니고 있다고 답해 연구비 확보를 위해 정부부서와 상당기간 접촉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출장 횟수는 각 개인별로 그리 많은 수치가 아니지만 각 부서별로 환산할 경우 10명의 연구원이 매달 4, 5차례 정도 정부기관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연구원들의 연구 외적인 업무가 상당한 수준임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연구원들이 정통부와 과기처에 바라는 희망사항으로 「정부기관의 역량강화, 연구과제 심사의 과학화, 낙하산식 인사배제, 연구소 경영권강화, 중장기 계획에 의한 정책집행, 관료적, 행정적 편의주의 지양, 기술담당공무원의 전문화」 등을 지적해 정부차원의 과학기술, 정보통신 육성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대전=김상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