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대기업-중소 영화 제작사, 마찰 잦아

충무로와 대기업은 「악어와 악어새」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영화 제작 실무를 담당하는 충무로 중소 영화사와 자본을 투자하는 대기업간에 제작비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끊임없이 일면서 이런 질문이 나오고 있다.

90년대 들어 거대 자본을 갖춘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영상산업에 진출하자 중소 제작사와 대기업간의 협력시대가 열렸다. 대기업은 중소 영화사에 뒷돈을 대주는 전주(錢主)로, 영화사는 대기업에 영화제작 노하우를 알려주는 개인교수로 공존을 모색해 왔던 것. 대우시네2000, 삼성우노필름 등 3개사, SKC영화세상 등은 대표적인 파트너 관계. 최근에는 창투사들이 대기업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새로운 투자자로 나섰다.

그러나 제작사와 투자자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영화가 히트할 경우 계약조건에 따른 이익배당을 놓고 이러한 마찰이 표면화되기도 한다. 상반기 히트작 「비트」를 제작한 U사는 자본투자사인 S사와 영화개봉 후 불편한 관계에 놓였고, 「초록물고기」에 실질적으로 자본을 투자한 S사는 제작비가 제대로 회수되지 않은 이유를 E필름측의 제작 총지휘를 맡았던 Y감독의 비합리적인 제작비 운영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정우성 주연의 액션영화 「본 투킬」에 자본을 투자했던 SKC는 제작사 순필름을 형사고발하기도 했고 올들어 제일제당이 김종학 사단과 결별한 배경에도 불투명한 자금유용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불협화음은 근본적으로 영화제작과 관련 자금 사용처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 영화계의 관행 때문이다.

최근 유니텔의 한 사용자(ID755124)는 프랑스 올 로케 작품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관련 「영화제작 비리 폭로」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내용은 제작사인 A네트워크가 프랑스 촬영 당시 회사 임원의 측근을 제작부 직원으로 고용하면서 영화사 간부들의 쇼핑에 돈을 대는가 하면 감독 및 촬영팀에게는 식사비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자금을 유용했다는 것. 게다가 A사가 발표한 「야생동물 보호구역」 제작비는 15억원이지만 실제로는 6억∼7억원 밖에 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제작사에서는 「증거없는 비방」에 대한 경고와 함께 계속 글을 올릴 경우 명예회손 및 무고혐의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제작비에 대한 영화사의 발표가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진다는 사실은 영화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예를 들어 17억원으로 알려졌던 성인용 만화영화 「블루시걸」의 제작비는 당시 촬영팀 참가자에 의하면 5억원 정도였다.

보통 17억∼30억원까지로 과대포장되는 우리영화의 제작비는 대부분 10억원 내외라는 것이 충무로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런데도 영화사가 이처럼 부풀리기를 하는 이유는 「초대작」이라는 광고 홍보효과와 함께 비디오판권 가격을 높이기 위한 것. 그러다 보니 『대기업 돈으로 영화를 찍고 나면 제작부장에게 집이 한 채씩 생긴다』느니 『대기업은 충무로 제작자들의 봉이고 대기업 자본은 눈먼 돈』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불신의 골은 깊다.

업계에서는 투명하고 철저한 자금관리를 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촬영을 진행하는 영화계의관행이 개선되지 않는한 대기업과 영화사의 진정한 동반관계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