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11)

컴퓨터.

대형 멀티비전.

유리창 위쪽으로 설치되어 있는 팬 모터.

조 반장은 현미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오피스텔 실내 곳곳을 눈여겨 살펴보고 있었다.

『어제 만나기로 했었다는 그 남자친구를 본 적은 있습니까?』

『아닙니다.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요?』

『혜경씨의 남자친구에 대해서 이야기는 들었어도 자세히 알지는 못합니다. 전화만 몇 번 바꿔준 적이 있습니다.』

『현미씨 말고 다른 직원들과는 가까이 지낸 사람이 없었습니까?』

『제가 알고 있기로는 없었습니다. 저하고 입사동기였고, 늘 함께 근무했습니다.』

『알았소. 일단 이곳을 정리하고 은행으로 가서 이야기합시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곳에서 지내면서도 한 마디 말도 없었단 말인가.

현미는 지금까지의 생각이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버리는 듯했다. 입사동기로 자신과 가장 친하다고 여겼던 혜경이 이젠 불가사의한 존재가 된 것이다.

현미는 오피스텔을 빠져나오면서 다시 한 번 실내를 살폈다. 어딘지 모르게 사이버적인 느낌이 들었다. 은행에서도 혜경은 가장 유능한 정보처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독수리.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후비는 그림 속의 독수리가 눈을 부라리고 자신을 노려보는 듯했다.

정말 죽은 것일까. 현미는 창연 오피스텔을 벗어나 은행으로 행하면서도 혜경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다.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 너무나 가까운 거리적 감각이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었다.

『현미씨, 손님 오셨는데.』

은행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이 대리가 현미에게 말했다.

『손님이요?』

『그래요. 조금 전에 오셨어요.』

현미는 아무도 없이 텅빈 창구의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형부였다.

『형부!』

현미는 짧게 외쳤다. 형부. 어제와 오늘, 통제실에서 사고수습에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사고현장으로 나온 것이리라.

『형부 고생하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