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榮洙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식민지, 국가부도 위기라는 경제파탄 속에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나라가 위기에 몰린 만큼 새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 또한 크다.
IMF체제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이른 시일내에 정상화시키겠다고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줄곧 되풀이했음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새 대통령이 스스로 한 약속을 꼭 지켜 주기를 바라는 것은 그를 선택한 유권자들의 바람이기도 할 것이다. 만약 새 정부가 들어선 다음에도 경제가 호전되거나 정상화하지 못한다면 새 대통령은 전임자가 감내해야만 했던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산업구조조정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 시기가 좀더 빨리 왔어야 했다고 국민들은 분노에 차서 말을 한다. 대대손손 영구적으로 번성할 것 같던 재벌들이 맥없이 주저않고 너나 할 것 없이 자구책으로 계열사 통폐합을 들고 나오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인수, 합병이 가시화하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가 50%까지 확대되는 등 금융시장은 외국자본에 전면 개방되었다. 막대한 외국자본은 아무런 제약없이 국내의 우량기업을 사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IMF에 경제주권을 내놓을 때까지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제관료며 학자며 누구랄 것 없이 틈만 나면 중소기업의 육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재벌이라 불리는 대기업도 겉으로야 어쨌든 중소협력업체를 지원할 것임을 내비쳤고 부분적으로는 그렇게 실행되기도 했다. 경제에 무능했던 문민정부도 중소기업청까지 만들며 중소기업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재벌이 수천억원의 부실채권을 은행에 떠안기며 경제를 거덜내는 동안에도 중소기업에게 은행의 문턱은 높기만 했다. 누구 하나를 탓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문제임을 중소기업인들은 잘 알고 있다. 정치, 행정, 금융 등 모든 제도와 소비자의 의식 등 소비문화까지 대기업 편향으로 돼 있는 상태에서는 중소기업 육성은 공념불이 아닐 수 없다. 대선운동기간 중소기업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지 않은 후보가 없다. 방법상의 차이일 뿐 내용은 한결같이 중소기업의 대폭적인 지원을 담고 있었다. 새 정부는 공약 이전에 중소기업이 국민경제의 뿌리임을 직시하고 중소기업을 우선으로 하는 경제정책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이 지경까지 된 데에는 고질적인 대기업 편향의 정책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IMF는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3.0%로 묶어두고 있다. 대량의 실업시대가 온 것이다. 이미 대기업들의 거품빼기와 감량경영으로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량의 실업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백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거리에서 방황한다는 것이다.
새 정부는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말하야 한다. 21세기 경제는 창의력과 역동성을 생명으로 하는 벤처기업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IMF시대의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의 견인차로서 벤처기업을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경제선진국이 되는 길은 기술대국이 되는 길 뿐이다. 기술자립화 없이 선진국이 되기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전자산업은 타산업에 비해 경제기여도가 월등하다. 내수 뿐만 아니라 수출에 있어서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자산업대국으로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손가락에 꼽는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선진국과 현격한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과 더욱 그렇다. 원천기술의 절대적 부족을 면치 못하는 터라 소재, 부품기술 및 완제품기술에 있어서 경쟁상대가 못되고 있는 것이다.
IMF협약으로 수입선다변화가 조기에 해제될 예정이다. 캠코더, 대형TV 등 전자부문에 있어서만도 일제 상품이 물밀 듯 들어올 것이다. 국내 전자산업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전자산업의 기반이 되는 부품산업을 육성, 기술자립화를 이루는 것이다.
새 정부는 97년도 총수출 1천4백억 달러 중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 수출이 2백60억 달러란 사실을 직시하고 부품산업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