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48)

 여자는 자신의 입에서 터지는 신음을 막기 위해서 피아노 소리를 계속 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 일이 피아노를 치면서 계속될 성질은 아니지 않는가. 예측했던 대로 피아노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사내가 여자를 방바닥에 눕히지 않았나 하는 광경이 연상되었다. 나는 복도 창문에 귀를 바짝 갖다 대고 소리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듯이 엿들었다. 여자와 남자는 긴 키스를 하는 기척이었다. 그리고 남자의 혁대 푸는 소리가 철커덕거리고 들렸다.

 이제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 다음은 물어볼 필요가 없는 상황이지 않는가. 나는 흥분도 되지만 말할 수 없이 불쾌했다. 예쁜 여학생이 그런 일을 해서 화가 나는 것이 아니고 나를 흥분시켜서 당황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불쾌했던 것이다.

 나는 밖으로 통한 창문을 열고 바람에 날려 들어오는 빗방울을 얼굴에 맞았다. 그리고 한동안 공부가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건넌방 여학생은 일요일이 아닌 평일 저녁에도 남자를 데리고 들어와서 피아노를 치면서 애무를 받았다. 그리고 싫다고 하고 안된다고 하면서 앙탈을 했고, 다음에는 긴 키스를 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혁대 푸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마치 일정한 각본에 의해서 하는 연극 같았다. 처음에는 다른 하숙생들은 모르는 듯했다. 그래서 그 여학생의 비밀은 나만이 알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모든 학생들이 알고 있는 공개된 비밀이었다.

 그 하숙집에서 한달간 하숙을 하고 자리를 옮긴 이유는 그 여학생 때문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여학생이 싫어서라기보다 그녀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들어와서 하고 있는 사랑놀이가 나의 외국어 공부에 지장을 주었기 때문이다. 일요일이 되면 나는 그 여학생 방에 온 신경을 쓰면서 그녀의 남자친구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것은 그 여학생뿐만이 아니라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모두 그 남자친구를 기다렸다. 그리고 피아노 소리와 함께 신음 소리를 들었고, 혁대 푸는 소리를 들었다. 나중에는 하숙집의 남학생 전부가 모여서 그 소리를 듣지 않나 할 만큼 모두 제각기 방에서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다.

 내가 그 하숙집을 나와 이웃동네의 다른 하숙집에 머물고 있을 때 우연히 같은 방을 쓰던 남학생을 만나 물어보니, 그 여학생의 일이 하숙집 아주머니에게도 알려져서 다른 곳으로 쫓겨갔다고 한다. 그는 아마 그곳에서도 그 짓을 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