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버전<29>
해외 진출에 있어 그 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단 4개국으로 잡은 것은 바로 경제성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더할 나위없는 시장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는 약간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에 있어 그들이 개방된 지 10년이 되는 시점이었지만, 오랫동안의 사회주의 체제 영향 때문에 우려되는 점이 많았다. 러시아는 우주 산업과 군사 산업이 상당히 앞서 있었다. 이 산업은 첨단화되어 있으며, 전자 분야에서도 미국이나 일본과 경쟁을 해도 뒤지지 않았다. 바로 이와 같은 첨단 분야에 파고들어 기술을 주고받거나, 아니면 우리가 개발한 상품을 파는 일이었다.
중국은 댐의 물 관리 시스템을 완성한 후에 시선을 돌렸는데, 그것은 중국 대륙에 널려 있는 강에 대한 관리였다. 중국의 양자강은 여름철만 되면 홍수문제로 골치를 앓는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대응하여 양자강 물 관리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었다. 그것은 약 10년에 걸쳐 20조원을 투자할 프로젝트였다.
내가 4개국의 기업인 또는 정부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추진하면서 느꼈던 것은 그들이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너무나 색깔이 달랐기 때문에 하나의 표본을 만들어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이를테면, 민족의 특성이기도 한 것이다.
미국인과의 비즈니스는 정공법이 먹혀들고 있었다. 미국 기업인들은 솔직하고 투명한 것을 좋아했다. 상당히 논리적이면서 상식적인 균형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 기업인들은 약간 보수 성향이 강했다. 그리고 어떤 일에 대한 판단을 항상 유보하였는데, 계약을 하지 않아도 그것을 그대로 말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일본 기업인들의 입에서 노라는 말을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 않을 일에도 귀를 기울여 경청을 하면서 참 좋다고 칭찬을 하는 것이다. 할 의사가 있어도 그대로 예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하는지, 하지 않는지 분간이 되지 않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그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지나치게 미소를 짓거나 더욱 친절한 태도를 보이면 하지 않는 것이고, 얼굴이 굳어 있으면 오히려 일이 진행되는 것이다. 하지 않는 일에 대해 더욱 친절해야 된다는 친절의식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것을 잘못 이해하고 있으면 낭패한다.
러시아는 철저하게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이 이중성은 아마도 사회주의 국가의 특징이기도 하였다. 중국 역시 이중성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