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산업 ASIC>8회-우물안 탈출

ASIC업체들은 대부분 국내 및 해외시장 개척을 병행한다고 말한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다. 그러나 막상 해외시장에 대한 ASIC업체들의 전략을 뜯어보면 알맹이가 없다.

애초부터 기술개발 지향적이고 갓 설립해서 이렇다 할 수익이 없는 ASIC벤처업체들로는 세계시장을 무대로 마케팅·영업력 자체를 갖춘다는 것이 처음부터 무리라는 점이 업계의 소리다.

다른 한편에서는 좋은 말로 『전략적으로 회사를 가볍게 가져간다』고도 말한다. 즉 ASIC업체는 개발에만 전념하고 생산과 마케팅·영업은 이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 맡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업체들은 「마케팅과 영업력의 부재」가 시장개척에 있어 취약점이라고 꼽는다.

시장개척에서 또 하나의 취약점은 국내시장에 국한한 기술개발이다.

국내에서 유독 통신이나 멀티미디어 관련분야가 빠르게 부상하는 가운데 ASIC업체들의 주력분야도 대부분 이곳으로 집중돼 있다. 국내 ASIC 개발업체의 상당수가 MP3플레이어나 이동통신기기용 ASIC에 몰린 것이 그렇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한국시장이 좁다」고 말하면서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ASIC업체가 적지 않다. 접근이 쉽고 커뮤니케이션이 편리한 국내시장을 두고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두드리는 ASIC업체는 그래서 단연 돋보인다.

아라리온·씨앤에스테크놀로지·서두인칩·이시티 등 몇몇 ASIC업체는 국내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시장에 주목했다.

이들 업체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업체와 제휴하거나 세계 기술표준을 선점하는 방식으로 해외시장에 도전했다.

아라리온은 중·대형 컴퓨터 보조기억장치인 레이드(RAID)를 개발, 이에 대한 판로개척의 일환으로 독일·대만지사를 설립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레이드 분야에서 독보적인 미국의 AMI와 공동개발 및 판매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씨앤에스테크놀로지는 영상전화기용 ASIC을 개발하면서 처음부터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권고하는 「H.324」 표준권고안을 따랐다. 세계시장 진출에 있어 호환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서두로직은 최근 반도체 전자회로설계(EDA) 신제품을 내놓고 올 3월까지 8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이시티는 보안시스템용 영상 칩 개발에 주력, 대만시장에 진출했고 올해는 미국·유럽·브라질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들 성공업체들을 보면 국내 ASIC업체들도 우물안 개구리처럼 국내시장에만 안주해서는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나름대로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은 한번쯤 과감하게 해외시장을 무대로 도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국내 ASIC산업도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