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부 각 부처와 청에서 지원하고 있는 국가연구개발사업 4개 가운데 1개가 중복연구 등으로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보도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연구개발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나 우리의 연구개발자금 규모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연구개발자금을 더욱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용하여 최대한의 연구개발 성과를 거둬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중복투자나 효율성 없는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니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특히 이 같은 지적이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과기부는 매년 전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보고해 왔다. 올해의 경우 총 2조2000억원 이상 투입되는 150여개 과제 가운데 38개 과제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한다. 이들 과제는 성격상 사업추진 체계를 개선하거나 중복투자라는 점 때문에 개발 주체에 대한 재조정 작업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과기부의 분석이다. 이 보고서는 2001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지원우선 순위를 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처럼 과기부의 보고서는 별다른 개선효과를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은 과기부와 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교육부·문화관광부·복지부 등 무려 17개 부처와 청에서 제각기 추진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과제들은 부처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거나 사전 정보 부재로 인한 것들이다. 17개 부처와 청은 타 부처가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거나 알고 있으면서도 무시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보통신 부문 등 일부 주도적인 산업 부문에서는 유관부처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발담그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복투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포장만 달리해 개발사업으로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 것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과기부의 보고서가 정책 결정에 반영되기보다 보고로 만족해야 하는 것은 과기부에서 하청을 준 조사분석이 과기부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타 부처 및 청들의 공정성 시비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국가 연구개발 지원체계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
국가의 연구개발 지원금은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따라서 한푼이라도 헛되게 쓰인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 현재의 평가체계에 문제가 있다면 공정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객관적인 평가기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 각 부처간 이기주의가 문제가 된다면 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책임을 부여해 사전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부처간 연구개발 사업을 네트워크로 묶어 중복투자 여부를 서로 확인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통로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이 기술입국을 내세우고 있는 우리에게 국가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차제에 그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좀더 확실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