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D램 반도체>D램 시장 초호황세

미국의 모 대형컴퓨터업체 구매담당자는 지난 31일과 1일 현대전자와 삼성전자를 잇달아 방문했다. D램을 구매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 밀려드는 주문에 공급량이 절대 부족인 한국 업체들이 물량 확대에 난색을 표명한데다 공교롭게도 방한한 이틀동안 가격이 급등, 협상 자체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64MD램을 기준으로 월 500만개를 구매하는 D램의 대형 수요처다. 세계 D램 시장이 초호황세에 접어들었다. 세계 유수의 반도체시장 조사기관들은 시장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했으며 D램업체들도 매출 계획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고 있다. D램업체들은 3년 넘게 이어진 불황의 터널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으며 사상 최대의 호황기를 앞두고 있다. D램 시장이 앞으로 얼마만큼 지속될지, D램업체 및 수요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각도로 분석해본다. 편집자

메모리 시장에서 1·4분기는 비수기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메모리업체들은 지난 1·4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배 안팎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D램 등 메모리 부문에서 1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00억원 이상 늘어났으며 현대전자도 사상 최대인 1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마이크론, 독일 인피니언 등 외국 D램업체들도 올들어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D램 수요는 하반기에 더욱 늘어나 시장성장률이 애초 예상치인 20%를 훨씬 상회하는 30∼5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화되는 수급 불균형=최근 D램업체가 받는 주문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났다. 그렇지만 D램업체들은 주문량의 60∼70%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신규 투자를 억제해오면서 생산량을 확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D램 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5% 남짓 모자란다. 2%만 돼도 수요업체들에 비상이 걸리는 D램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공급난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공급난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하반기에 공급부족률이 10%를 넘는다는 예측도 나온다.

재미있는 현상은 D램업체보다 컴퓨터업체 등 수요업체들이 공급비율을 낮게 본다는 점이다.

국내 한 D램업체의 관계자는 『우리는 애써 공급난을 밝히지 않는 데 비해 수요처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당장 장기공급 계약을 맺자고 한다』면서 『이는 예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D램업체로선 될 수 있으면 계약을 늦추려 하고 수요업체들은 서둘러 계약하고자 하는 입장 차이에 따른 것이다.

심각한 수급 차질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수급 불균형이 원인=D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올들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생산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D램업체들은 불황기였던 지난 2년 동안 거의 신규 설비투자를 중단했다. 올 하반기 새 공장을 가동하는 삼성전자가 이색적으로 보일 정도다.

D램업체들은 신규 투자 대신 초미세회로설계 등 신공정을 적용하는 데 주력해왔으나 적정 수율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생산량 증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D램의 주 수요처인 대형 PC업체들은 지난 봄을 고비로 인터넷 보급의 확산, 윈도2000 출시 등의 이유로 급증하는 수요를 잡기 위해 생산을 대폭 늘리고 있으며 덩달아 D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PC업체들은 국내외 D램업체에 대해 공급량 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으나 D램업체들도 생산능력이 부족해 이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D램업체들은 가격상승에 대응해 계약시점을 늦추기까지 해 D램 구득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망=수급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D램 수요는 최소한 30% 이상 성장해 300억달러 규모를 웃돌 전망이다. 데이터퀘스트의 경우 올해 D램 시장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365억달러에 이르며 2001년에는 58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추세대로 가면 1∼2년 안으로 D램 시장은 422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던 95년의 기록을 깨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2002년을 고비로 호황세가 잠잠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할 판』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지만 D랩업체들은 이같은 D램 수요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그리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워낙 생산능력이 모자란 상황에서 폭증하는 D램 수요를 넋놓고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입장이다.

다만 D램업체들은 가격상승으로 매출은 물론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램업계는 올 하반기 주력인 64MD램의 가격이 10달러대도 돌파하고 따라서 수익률도 지난해에 비해 100% 이상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0.18 미만의 초미세 공정기술 도입, 300㎜ 웨이퍼 등에 대한 투자를 앞둔 D램업체들로선 투자 부담을 크게 덜 것으로 관측된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