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대국, 인도에도 닷컴 창업열기 뜨겁다

소프트웨어 대국인 인도의 프로그래머들이 최근 닷컴 회사를 창업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파이낸셜타임스(http://www.ft.com)에 따르면 최근 인도 뭄바이에서 개최된 「벤처 2000」 투자 박람회에는 당초 예상보다 10배 정도 되는 4000여 건의 인터넷 관련사업 제안서가 제출되어 주최측을 놀라게 했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가 미국의 주요 벤처캐피털 등으로 이루어진 67개 투자 그룹과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행사에서 20∼30개의 사업 아이디어가 최종적으로 낙점을 받았으며 이들은 현재 실제 창업을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특히 인터넷 사업의 성공 가능성만 입증하면 창업자금에서부터 기술개발 및 마케팅 인력채용 업무까지 투자 회사에서 적극 지원해주었기 때문에 인도인 창업 희망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시드하쓰 다파리아 씨(24)는 『좋은 사업 아이디어만 입증되면 창업에 필요한 절차를 모두 무료로 대행해 주는 것을 보고 창업보육 회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닫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따라 시드하쓰 씨는 안정된 직장인 벤처캐피털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닷컴 회사 창업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최근 다칸(http://www.dhadkan.com)이라는 음악전문 사이트를 개설한 데 이어 앞으로 전자상거래 등으로 사업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인도의 명문인 뭄바이 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모나 네바샤 씨(26)도 두 명의 학교 친구와 함께 온라인 교육을 위한 사업 계획안을 투자 박람회에 선보여 큰 관심을 끌었다. 그녀는 『아직 투자를 유치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가 만든 인터넷 사업계획에 대해 전문가들로부터 자세한 상담을 받은 것만으로도 매우 유익했다』며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박람회 참가자들은 20∼30대 젊은 창업 희망자들이 주류를 이뤘다며 소프트웨어 대국인 인도 젊은이들 사이에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닷컴 창업 열기를 피부로 느끼게 해 주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그 동안 벤처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인도의 전통적인 업체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고무된 탓인지 최근 들어 닷컴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도의 대표적인 우량 기업인 타타를 비롯해 마힌드라, BPL그룹 등도 모두 최근 몇달 동안에 벤처캐피털을 설립한 후 각각 수십개씩 닷컴 회사에 뭉칫돈을 쏟아 붓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사티암테크놀로지는 최근 8개 닷컴 기업을 사내 창업의 형태로 한꺼번에 독립시켰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여러 개 회사를 한꺼번에 설립하다 보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도 섞여있지만 우수한 프로그래머들을 계속 잡아두려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일반 소비제품을 생산하는 힌두스탄레버까지 3개의 사내 창업회사에 투자할 정도로 인도 대륙은 최근 닷컴 창업과 투자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