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GL 하계리그 우승자 및 예카 구단주 인터뷰

지난 4월부터 장장 3개월 간의 접전을 펼친 한국인터넷게임리그 하계리그가 지난 25일 서울랜드 이벤트 홀의 결선대회를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스타크래프트 부문에서는 한글과컴퓨터 예카팀이 남녀 두 부문을 모두 석권, 게임 명가로 부상했다.

피파2000 부문에서는 n016 이지훈 선수가 무패신화를 세우면서 왕좌를 차지했다. 수많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챔피언에 오른 각팀 선수들과 게임강자로 등장한 예카팀의 구단주를 만나 우승 소감과 함께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KIGL 하계리그 우승팀 예카 구단주

한글과컴퓨터 전하진 사장

『프로 게임 리그가 처음 생겨날 때부터 e스포츠 마케팅의 수단으로서 프로 게임구단의 가능성을 확신했습니다. 다행히 소속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둬 예카라는 이름을 통해 인터넷 기업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글과컴퓨터 전하진 사장은 『작은 예산에도 불구,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며 『게임리그가 활성화됨에 따라 예카팀의 선수들을 보강·육성해 예카팀을 게임 명가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4명의 선수와 매니저로 구성된 예카팀은 KIGL 하계리그에서 어느 팀보다 확실한 수확을 거둬들였다. 스타크래프트 남녀팀이 동반 우승했으며 피파2000에서도 준우승을 달성하는 등 명실상부한 종합우승을 거뒀다. 대기업들의 게임단 창단이 잇따르고 있는 요즘 예카팀은 다른 팀들의 훌륭한 모델이 되고 있다.

전 사장은 『게임은 젊은이들을 위한 온오프라인 최대의 휴식 공간으로 디지털시대의 유망 콘텐츠』라며 『예카는 게임단 이외에도 향후 게임콘텐츠를 이용, 다양한 사업을 개발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스타크래프트 여성부문 우승팀

예카 이은경, 박승인 선수

여성 게이머로서 가장 언론의 주목을 받은 예카팀의 이은경 선수(19)는 주위의 시선이 오히려 부담이 됐다. 평소 대담한 성격이지만 춘계대회 시즌에서는 1등을 하고도 결승에서 아깝게 3위에 그친 경험이 되살아 났기 때문이다. 이번 하계리그에서도 시즌에서 승률 1위를 기록, 결승에서 조이닷컴의 이현주 선수와 진땀 승부를 펼친 이은경 선수(19)는 『춘계대회에서도 결선에서 아쉽게 패해 우승이 좌절된 기억이 있어 이번 결선대회가 무척 부담스러웠다』며 『우승이 확정된 순간 너무 기뻐 저절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팀의 박승인 선수(19)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언론에 소개되자 게임을 쓸 데 없는 일로 생각하시던 부모님께서도 이제 게이머를 당당한 직업으로 인정해 주시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부모님의 눈치를 보지 않고 게임연습을 할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피를 말리는 승패의 장을 떠나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은경, 박승인 선수는 추계리그 개막 전에 아쿠타의 선수들과 함께 덕적도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스타크래프트 남성부문 우승자

예카 김기철 선수

예선 4위로 결선에 진출, 무려 4게임을 연속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챔피언에 오른 김기철 선수(21)는 『날씨가 더워진 요즘은 시원한 PC방 만한 곳이 없다』며 『더위를 피해 PC방에서 꾸준히 연습했던 덕분에 결선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거둔 것 같다』고 우승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예카팀의 맏형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는 김 선수는 『예선전 부진으로 마음 고생을 했으나 결선에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내 마음이 홀가분해졌다』며 『휴식기간 동안 다양한 전술을 연마, 추계리그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경영학부 3학년인 김기철 선수는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시작했다고 한다. PC방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배운 게임이 이제는 김 선수의 직업이 된 것이다. 게임과의 인연을 계기로 프로그램 제작 등에도 관심이 생긴 김 선수는 향후 컴퓨터 관련 수업을 쌓아 나갈 계획이다. 또 여전히 팀의 맏형으로 추계대회에서도 변함없이 예카팀의 명예를 이어 나갈 것을 다짐했다.

△피파2000부문 우승자

n016 이지훈 선수

시즌 중반 리그에 참여, 중위권에 처져 있던 팀을 단숨에 우승으로 이끈 이지훈 선수(20)는 이번 시즌 유일하게 불패신화를 기록한 선수다. 특히 예선전과 달리 한국과 일본을 교대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치러진 결승전에서 먼저 1패를 하고도 2차전에서 역전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여준 이 선수는 이제 명실상부한 피파계의 일인자.

이번 대회 우승으로 실력을 당당히 인정받은 이 선수는 『부모님들도 이제는 게이머가 된 것을 자랑스러워 하시지만 아직도 학업을 생각하시며 걱정을 많이 하신다』며 『학업과 게임, 두 마리 토끼를 다잡기 위해 남들보다 두 배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한국체대 건강관리학과 1학년인 이 선수는 운동처방을 배우는, 장래 트레이너를 지망하는 선수로 피파 외에도 NBA 라이브 등 스포츠 게임이라면 뭐든지 좋아하는 스포츠 마니아다.

탁월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KIGL을 평정한 이 선수는 『게이머로 데뷔한 만큼 게임리그사에 기록될 만한 전적을 남기고 싶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