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기초과학의 SCI 성적표

과학기술부 김영식 기초과학정책과장 yskim@most.go.kr

최근 20세기를 결산하는 기초과학분야의 SCI 성적표가 나왔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이어 16위에 올랐다. 지난 90년까지만 해도 기껏 2000여편의 논문을 발표해 세계적으로 32∼33위 수준에 머물렀던 우리가 이제 그것의 5배 이상인 1만1000여편을 발표해 세계 16위 수준을 굳히고 새로운 도약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수준이면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에 이어 3위이며 대만·싱가포르 보다는 높다. 이는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기초과학육성에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쌓아온 기초연구 역량의 축적된 결과라고 판단된다.

SCI란 미국의 민간 과학정보연구원(ISI)에서 국제 저명학술지를 대상으로 학술정보를 분석·제공하는 과학기술논문색인(Science Citation Index)을 말하는 것으로, 발표한 논문의 수와 그것을 인용한 논문의 횟수 등을 담고 있어 한 나라의 기초과학 수준이나 논문의 질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논문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인용지수(IF:Impct Factor)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해당연도를 제외한 최근 2년간 저널에 인용된 횟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용이 많으면 숫자가 커진다. 세계적인 과학잡지로 알려진 사이언스지는 IF가 대개 22∼25정도이고 네이처지는 25∼29정도다. 지난해 세계에서 IF가 가장 큰 학술지는 의학분야의 임상연구 학술지인 「Clinical Research」지로 51이었다. IF가 51정도라면 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최근 2년간 SCI저널에 평균 51회 인용됐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상급의 국제학술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발표논문은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가 8500여편을 발표, 세계 1위를 차지했고 2위를 차지한 일본 도쿄대와 6위 교토대, 그리고 7위 캐나다의 토론토대를 제외하고는 10위권 대학 모두가 미국에 있다. 특히 상위 2개 대학이 발표한 논문은 우리나라 전체에서 발표한 논문수보다 많고 국내 10대 기관에서 발표한 논문은 미국 하버드대 1개 대학에서 발표한 논문보다 적은 것이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요, 현주소다. 세계 10대 논문발표기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40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해야 한다. 우리는 현재보다 2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만 달성이 가능하다.

SCI가 국제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이유는 첫째, 과학의 분야별 발전 추세와 연구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연구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모색해 나갈 수 있고, 둘째,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뿐만 아니라 경쟁국의 과학기술 수준까지 파악할 수 있어 국가적으로 육성해 나가야 할 전략목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셋째로는 연구기관 및 연구자의 연구업적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기관이나 개인의 평가자료로 활용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SCI 인용지수는 논문에 어떤 오류나 심각한 문제가 내포되면 이를 비판하기 위한 인용이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같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입각한 가설을 제시해도 인용도가 낮을 수 있다거나 이론적인 논문보다는 실험적인 논문이나 분석·조사 형태의 논문이 더 많이 인용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SCI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단점에 너무 집착하기 보다는 단점이 무엇인가를 알고 그 유용한 점을 활용해 나간다면 연구활동의 기본자료로 활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세계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국제사회에 과학적으로 크게 기여하기 위해서는 양적으로나 인용횟수면에서 더 많은 논문, 더 좋은 논문을 많이 내어 널리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SCI에 포함되는 국내학술지 숫자를 크게 늘려나가야 한다. 현재 SCI에 포함된 국내학술지는 20종이며 그 중 5종만이 SCI의 핵심저널에 포함돼 있을 뿐이다.

둘째, 국내학술지의 활용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좌절감에서 벗어나 연구활동이 활발한 이웃 일본이나 중국과 함께 아시아 저널을 공동으로 탄생시켜 인용빈도를 늘려가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나가야 한다.

끝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탁월한 연구실적이 있거나 세계최고 수준의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우수과학자에게 한차원 높은 연구에 도전해 나갈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해 주는 정부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