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기분입니다.』
한국통신(KOCOM)(주) 고성욱 사장(51)은 지난 91년부터 한국전기통신공사가 「한국통신」이란 약칭을 사용하면서부터 불거진 양사간의 상표권 분쟁이 최근 원만하게 마무리된 데 대해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이번 한국전기통신공사와 포괄적인 사업협력을 조건으로 「한국통신」이란 유명 상호를 포기하기까지 코콤이 그동안 겪어온 불편한 점은 이루 다 설명할 수가 없었다.
소비자 또는 금융기관 등이 한국통신(코콤)과 한국전기통신공사를 혼동하는 탓에 우편물이 뒤바뀌는가 하면 엉뚱한 문의전화가 줄을 잇는 등 정상적인 회사업무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고 사장은 지난 82년부터 사용해온 한국통신 상표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전기통신공사를 대상으로 특허청에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으며 지난 1월에는 서울지방법원에 10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양사의 상표권 분쟁은 세
간의 화젯거리였다.
『중소업체가 거대한 공기업을 대상으로 법적소송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기 보다는 양사가 양보하면서 서로의 이익을 도모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게 됐습니다.』
그는 이번에 양사가 보유한 기술을 상호 협력하고 필요에 따라 공동연구과제를
선정해 신기술 개발을 공동 추진하는 등 정보통신관련 분야와 관련해 포괄적인 사업협력을 맺은 데 대해 매우 만족해 한다.
『양사가 유사한 사업분야에 종사하는 등 중복 및 관련사업이 많아 소모적인 법적분쟁을 벌이기보다는 협력체제를 유지함으로써 급속도로 성장하는 IT분야에서 코콤이 시장지배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 코콤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4년전부터 고유업종인 홈시큐리티를 기반으로 해 디지털카메라·PC카메라·개인휴대형단말기(PDA) 등 다양한 컴퓨터 주변기기의 아이템을 개발하는 등 IT분야에 진출한 상태다.
게다가 하반기부터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 등의 사업은 물론 LG측의 IMT2000컨소시엄에도 참여, IMT2000단말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 협력을 통해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방세 통합재정정보 소프트웨어업체 스카이정보통신, 사이버아파트사업 협력업체 넷프라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단순 홈오토메이션(HA)업체에서 종합정보통신업체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고 사장은 올해 비디오도어폰·인터폰 사업매출이 전체 57%에 달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이같은 사업다각화를 통해 매출비중이 40%대로 낮아지는 대신 IT부문이 50%이상 급신장해 명실상부한 정보통신업체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는 또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올해안에 전자결재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에 있는 등 기업의 디지털 신경망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IT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통신」 상호를 포기한 것은 용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합리적인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 경영철학입니다. 앞으로 코콤을 탄탄한 정보통신업체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