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업적평가제 제대로 될까

2002년부터 시행예정인 교수업적평가제를 둘러싸고 대학가가 시끌시끌하다.

서울대를 비롯해 포항공대와 한양대 등 몇몇 대학들이 교수업적평가제를 실시하기로 함에 따라 이른바 철밥그릇으로 불리던 교수 사회에 일대 개혁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경쟁 없이 정년까지 교수 신분이 유지되는 분위기가 팽배한 대학 사회에 교수업적평가제의 도입은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현재 각 대학에서 실시하려는 교수업적평가제가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동아대가 마련한 교수업적평가제에 따르면 각 교수를 교육·연구·봉사 3

개 영역으로 나눠 평가하고 전체 교수를 S(10%), E(15%), M(75%) 등급으로 나눠 S등급이나 E등급에 각종 인센티브를 줄 뿐만 아니라 승진, 승급, 안식년 휴가 등에 그 결과를 반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평가가 지원자에 한하며 평가를 원하지 않는 교수는 자동적으로 M등급으로 분류되는 제도적 허점이 있다.

특히 이번 제도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은 교육과 연구 영역의 평가항목이 변별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업적 평가항목을 살펴보면 석박사 배출, 담당수업시간, 수업이행상태, 성적평가 등 변별력을 가질 수 없는 항목이 대부분이다.

차별화 가능성이 큰 것이 수업평가인데 이의 반영조차 평가결과에 따른 것이 아니라 수업평가 참여여부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고 하는 만큼 거의 대부분의 교수가 교육 부문에 있어서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기록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교수업적평가제 실시에 대해 교수들은 대체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인정하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교수업적평가제가 지원자에 한하여 실시될 뿐만 아니라 평가항목에 있어서도 변별력이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심지어 제도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자연대의 모 교수는 『교수업적평가제가 당근과 채찍의 구실을 해야하는데 당근은 너무 미미하고 채찍은 전혀 없다』며 『이런 식의 교수업적평가제라면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반응이다.

특히 교수들은 학생들을 통해 이뤄지는 강의·수업평가제를 신뢰하지 않았다.

공과대 모 교수는 『처음에는 우리가 학생들에게 받는 성적표라 신경썼지만 학점을 잘 주는 교수에게는 A를 주고 그렇지 않은 교수에게는 F를 주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또 교수업적평가제가 본래 취지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대부분이 M등급으로 분류돼 굳이 동료 교수들의 눈총을 받으며 인센티브를

신청하는 용기 있는 교수가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교수평가제가 의도하던 목적과는 달리 오히려 교수들을 하향평준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까 우려된다.

교수평가제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향후 실행과정에서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적절한 개선과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한편 대학생들도 강의·수업평가제가 무슨 효력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며 지금도 강의평가제를 하기는 하지만 수업교재와 수업방식이 달라진 경우가 있는지 궁금하다는 반응이다.

<명예기자=김남희·동아대 morning-bel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