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리니지에 가면 `기란成` 있다

‘리니지 끝나다?’

 지난달 12일부터 23일까지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인천 등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한 ‘리니지 리무진 버스’에 걸린 문구의 일부다.

 길을 지나다 우연히 이를 지켜본 1200만 리니지 회원들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곧바로 집으로 내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밤낮으로 컴퓨터를 벗삼아 키워온 캐릭터와 수많은 아이템은 어쩌란 말인가.”

 하지만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와 컴퓨터를 켜보면 ‘리니지’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럼 그렇지 리니지가 끝날 수가 있나.”

 수많은 리니지 팬들의 가슴을 순간 내려앉게 만든 이 이벤트는 엔씨소프트가 새로운 에피소드 추가를 홍보하기 위해 벌인 깜짝쇼였다.

 ‘리니지 끝나다?’는 ‘리니지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반어적 표현이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7개월 만에 리니지의 새로운 에피소드인 ‘기란’을 발표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1200만 사용자를 확보하며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온라인 게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의 종언’까지 고하며 쇼킹한 이벤트를 펼친 까닭은 새로운 에피소드 ‘기란’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리니지’ 사상 8번째의 에피소드인 ’기란’은 켄트성, 오크성, 윈다우드성에 이어 게임의 네번째 성인 ‘기란성’을 추가한 것뿐만 아니라 콜로세움, 개경주장, 주택, 상가 등 대단위 시스템이 새롭게 추가된 역대 최대 규모.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의 김주영 팀장은 “기존의 성들이 우리나라의 한 지방에 불과하다면 기란성은 서울에 비유될 수 있을 정도로 상업과 도시가 발달된 지역”이라며 “대한민국의 산업과 문화를 서울이 이끌어 가듯 ‘리니지’의 중심도 ‘기란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기란성’에는 기존의 ‘리니지’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많은 점들을 만나게 된다.

 기란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을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아이템과 장식품을 시장에서 경매와 거래를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 그동안 게이머들은 아이템이나 장식품을 얻기 위해 밤이 새도록 괴물(몬스터)들과 피나는 싸움을 펼쳐야 했다. 특히 희귀 아이템을 손에 넣기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워 초보 사용자에게는 이른바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하지만 기란성에서는 아데나(리니지의 사이버머니)만 있다면 희귀한 아이템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으니 저레벨 사용자들도 ‘리니지’를 호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맞게 된 것이다.

 또 기란에서는 ‘혈맹’의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전략을 논의하며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는 아지트가 서버마다 45개씩 개설됐다. 사실 ‘코리아 보이즈’ ‘피터팬’ ‘백의민족혈’ 등 리니지를 주도하고 각 중심 혈맹들도 공성전을 한번 치르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에서 어렵게 만나 전략과 정보를 교환해야 했다. 하지만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갖게 됨에 따라 ‘참다운 조직’의 색깔을 가질 수 있게 돼 조직의 쓴맛과 무서움을 더욱 높여나갈 수 있게 됐다.

 이밖에도 ‘기란성’은 대도시를 표방하는 만큼 아데나를 걸고 ‘도박’을 할 수 있는 개경주장을 비롯해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는 콜로세움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마디로 ‘기란성’의 새로운 시스템은 리니지족을 아이템을 얻기 위한 고뇌에서 벗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개경주와 콜로세움을 통해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려 버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김주영 팀장은 “‘기란’의 특징은 저레벨 사용자들도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대중적인 에피소드라는 점”이라며 “‘기란’의 도입으로 리니지의 성격을 전투 위주에서 커뮤니티 중심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기란’의 가치가 이처럼 빛을 발함에 따라 성을 차지하기 위한 혈맹들의 전투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벌어진 한 서버의 공성전에서는 5∼6개의 혈맹 총 1000여명이 인원이 참가했다고 하니 ‘기란성’의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특히 그동안 개개의 혈맹단위로 전투를 펼쳐온 각 혈맹들은 최근에는 서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연합전선을 구축하기까지 하고 있어 성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실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리니지’의 사용자도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달 23일 ‘기란’ 에피소드를 추가한 이후로 하루 평균 접속자가 40만명에서 44만명으로 증가했으며 월접속자도 4월에 비해 무려 20만명 가량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기란’ 효과가 새로운 리니지 돌풍으로 이어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리니지’의 사용자는 올 초부터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란’ 에피소드 추가가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난국을 타개하려는 엔씨소프트의 승부수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각 증권사들은 “지난해 이후 ‘리니지’의 개인계정수를 분석한 결과 개인계정수와 최대 동시접속자수가 3∼4월 연속 하락했다”며 “‘리니지’가 성장세를 멈추고 둔화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앞다퉈 보고한 바 있다.

 또 이들은 5월 에피소드가 추가되면 청소년들의 여름방학이 끝나는 8월까지 소폭 상승하나 이후 다시 감소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리니지’ 사용자들의 불법 아이템 거래 및 폭력 사태 등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점도 ‘리니지’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경찰청 사이버테러 대응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올 4월까지 발생한 사이버범죄 2920건을 분석한 결과, 게임관련 사기범죄가 674건으로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게임관련 사기는 4월에만 224건이 발생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의 사건이 온라인 게임 ‘리니지’와 관련돼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 각종 시민단체 및 교육단체들도 최근 ‘리니지’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는터라 엔씨소프트의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상업시스템을 도입해 아이템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했으며 아이템의 수량도 대폭 증가시켜 불법 거래를 최소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리니지’의 시작을 알린 ‘기란’ 효과가 과연 ‘리지니’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