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동전화단말기 업체들 제휴 마찰 한국업체들 왕따 당하나

 사상 초유의 이동전화단말기 수요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 단말제조업계에 제휴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의 불항을 타개하고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개발 경쟁에도 대비하기 위한 일석이조의 노림수다. 특히 노키아와 달리 날로 세력이 위축되는 모토로라와 에릭슨이 더욱 적극적이다.

그런데 해외기업들의 제휴 구애가 한국보다는 일본을 향하고 있어 주목된다. 우리 기업들도 차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위해 해외기업과 다양한 제휴관계를 맺고는 있지만 아직 ‘소니+에릭슨’과 같은 파괴력을 선보이지 못하는 상태다.

 ◇일본이 섬 밖으로=다음달 1일 이동전화단말기 연간 판매량 5000만대, 매출 72억달러 규모의 대형 회사가 공식 출범한다.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 3강의 하나인 스웨덴 에릭슨과 유명 전자기기 메이커인 소니가 합작 설립한 소비에릭슨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다.

 또한 에릭슨은 자가생산을 포기한 데 이어 자사가 보유한 2.5 및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라이선스 형태로 제공하겠다고 발표, 세계 이동전화단말기 산업계 변화의 중심에 섰다.

 미국 모토로라도 일본 미쓰비시를 선택, 3세대 이동전화단말기 공동개발 및 생산할 합작회사를 연내에 출범시킬 계획이다. 세계 이동전화단말기 판매량 3위 업체인 에릭슨을 크게 위협하는 독일 지멘스도 도시바와 손잡고 3세대 단말기를 공동 개발한다.

 일본의 단말기 제조 선두업체인 마쓰시타(파나소닉)와 NEC도 3세대 단말기 공동 개발 및 판매를 선언, 세계시장 공략 준비에 분주하다.

 그동안 일본은 PDC(Personal Digital Cellular)라는 이동통신 독자규격을 고집, 세계 산업계로부터 ‘섬’으로 고립돼 있었다. 하지만 시장침체 및 이동통신 고도화(2→3세대) 기류를 타고 세계시장에 다시 얼굴을 내밀 태세다. 일본의 첨단 전자기술에 매료된 유럽과 북미 기업들도 일본기업들의 섬 밖 나들이를 환영하고 있다.

 ◇한국이 섬으로=우리나라는 선진 이동통신 장비기업들의 테스트베드다. 발빠른 통신망 진화, 짧은 단말기 교체주기 등 천혜의 시장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앞선 기술이 적용된 상용제품이 소비자 손에 들려 있다.

 그러나 시장규모가 너무 작다.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2800만명을 넘어서면서 가입률 50% 이상의 선진형 시장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그저 테스트베드로서의 활용 가치만 남아 있는 셈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굴지의 이동전화단말기 업체가 있고 기술력이 우수한 중견 업체들도 많다. 하지만 중견업체들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같은 아웃소싱이 매력포인트일 뿐, 기업 대 기업간 제휴를 맺기에는 왜소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좋은 파트너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외국기업들의 판단으로는 소니, 마쓰시타, 미쓰비시, NEC 등의 브랜드 인지도가 더 매력적이다. 또 삼성전자는 이동전화단말기 세계 판매량 5위로 올라섰으며 LG전자도 GSM시장에 뛰어드는 등 독자생존의 길을 걷고 있어 당분간 ‘빅딜’의 가능성이 희박하다.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CDMA 섬’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을 기점으로 CDMA 이동통신이 시장을 넓어지고는 있지만 아직 세계시장의 2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