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년전에 태어난 단세포 원생동물인 섬모충의 정보처리 능력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섬모충은 최신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유사한 정렬(sorting), 뒤섞기(shuffling), DNA 겹쳐잇기 등의 전문가인 것으로 드러났다.
BBC는 네덜란드 라이든대학 LCNC(Leiden Centre for Natural Computing)의 이사인 그레고즈 로젠버그 박사와 그의 동료들이 섬모충이 유전자 가닥을 재생산할 때 프로그래머들이 흔히 사용하는 ‘연결된 목록(linked lists)’ 기술과 유사한 기술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섬모충은 번식후 마이크로핵을 새 유기체를 위한 신선한 큰 핵을 만드는 데 사용하며 이 과정에서 핵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지고 각각의 조각은 각 DNA 가닥이 다른 유전자 사본을 갖도록 뒤섞이는데 이 과정이 컴퓨터 정보처리 과정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섬모충은 각각 수천개에 이르는 같은 유전자 사본을 갖고 있는 개별 DNA 가닥으로 만들어진 큰 핵과 재생산 과정에서 교환되는 길이가 긴 단일 DNA 가닥을 갖고 있는 마이크로 핵 등 유일하게 2개의 핵을 갖고 있는 생물이다.
로젠버그 박사는 ‘섬모충이 DNA를 정렬할 때 사용하는 순환(looping), 분할섞기(folding excising), 역시퀀스(inverting sequences) 등의 기술은 다른 유기체에서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라며 “살아있는 유기체의 컴퓨터적인 처리과정을 연구하는 것이 DNA 컴퓨팅의 한 분야이며 여기에는 섬모충이 가장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DNA컴퓨팅을 수행하는 새 기술을 찾는 대신 유기체의 정보처리 능력을 이용하면 복잡한 컴퓨터 계산을 보다 빨리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젠버그 박사는 현재 콜로라도대의 마이크로생물학자들과 함께 섬모충을 실제 DNA컴퓨팅에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최근의 연구 성과를 이번주 프라하에서 개최되는 6차 유럽인공생명콘퍼런스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DNA컴퓨팅은 94년 레오나르드 애들맨이 DNA 가닥을 사용해 ‘여행하는 세일즈맨’이라는 수학퀴즈를 풀어내면서부터 시작됐다. 여행하는 세일즈맨은 여러개의 점이 주어지고 이 모든 점을 경유하는 가장 빠른 길을 찾아내는 문제. 애들맨은 모든 가능한 노정을 나타내는 DNA 시퀀스를 만들어내고 이를 실험 튜브에서 뒤섞어 가장 빠른 길을 찾아낼 수 있었다.
DNA는 크기가 작지만 방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어 슈퍼컴퓨터로도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해줄 차세대 컴퓨팅 수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