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게이코 노이즈팩터리 사장
일본 게임시장은 독특한 성장과정을 갖고 있다. 게임산업이 독자적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만화 및 애니메이션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고도의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번 강연에서는 일본 게임시장의 동향을 중심으로 게임 개발과정에서의 비용관리 및 밸런싱 전략, 한국업체의 일본진출 가이드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 게임시장의 동향=일본 게임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 문화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본 문화산업은 반세기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20년 전 만화 및 애니메이션 산업이 전성기를 구가했다. 특히 애니메이션의 발달을 기반으로 캐릭터, 게임, 영화 등으로 확대됐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를 모으는 게임을 꼽으라면 3D 슈팅게임인 ‘건담’시리즈를 들 수 있다. 이 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개발 기술과 게임개발 노하우만가 뛰어난 이유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20년 전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던 ‘기동전사 건담’이 자리잡고 있다. 20년 전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가 그 때의 감수성을 게임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게임 ‘건담’에 열광하는 게이머 역시 20년 전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건담’에 이미 친숙해 있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일본 게임산업은 대중의 이미지와 취향을 최대한 반영함으로써 폭발적인 성장할 수 있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상반기동안 일본에서 판매된 게임 소프트웨어의 순위 결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상위 10위권안에 랭크된 타이틀 가운데 2개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이전에 인기를 모았던 작품의 후속작들로 채워져 있다. 이미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타이틀이 지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본 게임시장은 최근 들어 거의 포화상태에 머물러 있다. 2∼3년 전부터 거의 성장을 멈추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 이는 과당경쟁에 따른 시장 포화가 큰 요인이지만 다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의한 시장 잠식도 한몫을 하고 있다.
특히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게임산업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일과가 끝나면 거의 모든 시간을 모바일 메일 송수신으로 보내고 있다.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크게 줄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트렌드 드라마, 화제의 영화 등이 게임과 경쟁하면서 게임 업체들은 다른 미디어들과 치열한 ‘시청률’(게임·TV·휴대폰·영화 등 각 미디어를 즐기는 사람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비용관리와 밸런싱 전략=게임 개발업체들이 하나의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개발에 필요한 비용관리와 업무조정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특히 최근 게임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고 제작 공정도 갈수록 대작화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비용 및 업무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기업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획에서 제작까지 치밀한 제작스케줄을 세우고 이를 수시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획단계에서는 먼저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가를 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는 제품타깃, 시장흐름, 플랫폼 선정, 인력구성, 수익가능성 등 모든 변수를 미리 고려해야 한다.
또 이같은 기획은 CEO부터 전직원까지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기획이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변화가 심하고 공정과정에서 수많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전체 기획 및 공정을 관리할 프로젝트팀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한국업체의 일본진출 가이드=현재 일본 게임업체들은 한국 게임산업의 급격한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게임의 성공사례는 게임전문잡지들의 단골 특집 메뉴다.
그러나 한국 게임업체들이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본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진출하기보다는 일본 게임 시장에 정통한 에이전트를 통하거나 일본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일본내 게임전시회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 게임시장의 경우 플랫폼별 시장의 구매력이 높아지는 시기가 있다. 또 일본 게이머 특유의 정서도 형성돼 있는 실정이다. 한국업체들은 이런 특수성을 포착해야 하기 위해 전문 에이전트나 파트너 기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고유의 게임 개발도 중요하다. 캐릭터나 게임형식 및 장르가 한국만의 독창성을 갖고 있어야 일본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노이즈팩토리 이주 게이코 사장은 일본 SNK 등에서 ‘센고쿠’(SENGOKU)’와 같은 대작 게임개발에 참여한 개발자 출신이다. 스티커 사진 출력기로 잘 알려진 ‘프린트 클럽’을 처음 개발한 일본 게임개발업체인 아트라스에서 근무하다 지난 98년 노이즈팩토리를 설립했다. 노이즈팩토리는 현재 업소용 아케이드 및 비디오콘솔 게임 소프트웨어를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