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43)네티즌 자정활동 이렇게

 최근 인터넷상의 비방·욕설과 끼리문화에 염증을 느낀 네티즌간에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건전한 사이버문화는 강제적인 처벌과 단속보다는 이용자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유니텔·천리안·하이텔 등 3대 PC통신 동호회 연합회는 지난 555돌 한글날을 맞아 인터넷상에서 기존의 언어체계를 벗어나 오용되고 있는 한글을 살리기 위해 ‘인터넷상의 우리말 살리기 네티즌 운동’을 시작했다.

 이들 단체는 최근의 인터넷 채팅 문화가 한글 자체를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 이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의 인터넷 접근을 어렵게 한다는 데 동감하고 있다.

 천리안동호회운영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승윤씨(33)는 “편리함을 위해 사용되기 시작한 약어와 은어는 이제 그 정도를 넘어서 같은 나이 혹은 같은 무리에 속한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끼리문화의 상징이 돼버렸다. 이러한 약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아예 사이버공간에서 배제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인터넷커뮤니티인 다음카페의 ‘사이버범죄(http://cafe.daum.net/cybercop)’는 인터넷상의 불건전한 문화를 퇴치하고 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1월 개설된 온라인동호회다.

 1000명이 넘는 사이버범죄 회원은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 및 피해 사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직 경찰이기도 한 이 모임의 개설자 유재명씨(32)는 “사이버범죄 사례를 조사하다 보면 모두 사이버윤리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최근에는 인터넷업계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각종 문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 자정노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천리안의 이승윤씨는 “다행히 네티즌 사이에 인터넷세상을 계층에 상관없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생각보다 빨리 올바른 사이버문화가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채팅방의 한글 오용 사례

 요즘 PC통신이나 인터넷 채팅방에서 문법적으로 맞는 말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약어와 은어·속어를 남발하고 있어 초보자들은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물어보면 그것도 모르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설사 채팅 경험이 많아 이러한 약어를 다 알더라도 본인이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역시 채팅방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다른 접속자들이 고리타분하다며 직설적으로 나가라고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 채팅을 시작한 주부 L씨(35)는 “처음 채팅방에 들어갔을 때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어 대화를 할 수 없었다”며 “인터넷 이용법을 배우는 것보다 채팅 용어를 외우는 게 더 힘들 정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