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독 많은 애니메이션 작품이 다양한 제작형태로 선보인 해다. 특히 올 여름 개봉됐던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다른 여타의 3D애니메이션보다 상대적인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 ‘파이널환타지’였다. 마치 실사영화를 보는 듯한 리얼리티를 완성해 낸 ‘파이널환타지’는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더 이상의 제작의욕을 상실시킬 정도의 질적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몇몇의 학생들은 이 작품을 보고,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더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낙담해 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흥행은 참패했다. 작품의 질적수위와 그에 대한 흥행수익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음을 확연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본래 ‘파이널환타지’는 게임프롤로그 애니메이션이다. 실제 게임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시작된 프롤로그 애니메이션은 그 완성도의 차별성이 상품의 경쟁구조 덕분에 더욱 강화되었고 ‘파이널환타지’와 같은 극장용 장편으로까지 제작되기에 이르렀다.
‘파이널환타지’와 같은 3D 애니메이션은 ‘토이스토리’ ‘개미’ ‘벅스라이프’ ‘토이스토리2’ ‘슈렉’ 등으로 계속 진화되고 있으며 이번 겨울에 방문할 월트디즈니와 픽사의 ‘몬스터 주식회사’는 또 다른 이미지의 3D애니메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미국시장에서는 흥행몰이를 시작했다고 국내언론에서 미리 간접광고를 하고 있을 정도다.
이와 같은 미국의 3D 애니메이션을 국내 작품들과 비교해 본다면, 최근 미국에 방영되고 있는 ‘큐빅스’나 극장에 개봉된 ‘런딤’ 등이 한국 3D 애니메이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대개 그 질적완성도 측면에서는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3D 애니메이션을 평가할 때 프로그램 운용의 질적 측면과 메커닉 디자인의 완성도에서 차별성을 찾지 않는다. 3D 애니메이션도 영상콘텐츠이며, 관객들에게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관객들은 차가운 이성으로 평가하지만, 대개 영상에 대한 이해는 감성이 우선한다. 감동과 유머를 줄 수 있는 반전과 이야기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국내 3D 애니메이션에서는 더욱 그렇다.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완성도의 차별성보다 시나리오로 읽혀지는 잠재된 감성의 깊이가 최근 3D 애니메이션의 흥행성을 좌우한다. ‘슈렉’은 그러한 관객분석의 반증이다.
애니메이션이 영화보다 우월하며 상대적 예술장르로서 지속적인 관객층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실사영화가 표현할 수 없는 이미지를 창출하기보다는 실사영화의 감성구조로 표현하기 어려운 애니메이션만의 이미지를 3D 작품 내에 투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작자와 애니메이터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철저하게 이해해야 한다. 애니메이션의 차별성을 전제하지 않고 리얼리티만을 극대화시킨 3D 애니메이션은 항상 질문을 받게 된다. “그렇게 실재영상처럼 묘사하려면, 실사영화로 제작하지, 왜 애니메이션으로 만듭니까.”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반드시 그 제작과정에 있어서 영상언어의 시나리오적 사유가 있어야 한다. ‘파이널 환타지’는 그 이유를 확실하게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높은 질적 완성도가 흥행과 연계되지 못한 것이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