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실리콘밸리의 한인들

 지난 12일 오후 미국 실리콘밸리 더블트리호텔 2층 연회장.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한인 IT기업인들의 모임인 KIN(Korea IT Network)의 송년회 행사가 열린 이곳에는 200여명의 현지 한인 IT기업인들이 참석, 마치 한국의 여느 단체 리셉션을 연상케 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미국 텔레비디오사의 황규빈 회장은 “세계 15위권의 언어사용 인구를 갖고 있는 한국이 실리콘밸리와 세계 IT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단결해야 한다”며 새삼 한국 기업인간 협력을 강조했다.

 행사 주최자인 김우경 KIN 회장도 “그동안 한인 조직의 행사가 많았지만 지난 6월 창립해 두번째 맞이한 오늘 행사처럼 한인 IT커뮤니티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단합을 과시한 예는 없었다”며 들뜬 표정이었다. 그는 또 “그동안 미주 한인상공회의소에서조차 만나지 못하던 한국 기업인들이 IT 친목단체인 KIN을 통해 단합하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전세계 한국 IT기업인들의 단결과 성공의 계기를 만들자”고 말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 기업인들이 IT밸리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한인은 물론 현지인과의 휴먼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관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휴먼네트워크’였고 이날 행사는 이를 위한 노력이 서서히 가열되는 현장이었다.

 새삼스런 얘기지만 실리콘밸리의 중국인과 인도인은 20년 이상의 모임을 통해 현지인들과의 관계와 입지를 다져왔다. 반면 한국인의 경우 성공한 이민 1세대 몇몇을 제외하곤 한인 IT 사회에서도 교류가 드물었다. 현지인과의 교분을 이용한 펀딩·법률적 지원·기술 및 정보교류 등에서 ‘인도·차이나(일명 IC)’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한인들은 “실리콘밸리에서의 성공은 ‘롤러덱스(rolodex)’라 불리는 명함통 두께와 비례한다”는 말도 무시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의 행사는 이제 실리콘밸리 내 한인간 협력을 시작으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려는 노력을 여실히 보여준 자리임에 틀림없다. 현지에서 우연히 참가하게 된 이날 행사는 IT 한국의 미래를 암시하는 튼튼한 묘목이었다. 그리고 그 묘목은 IT경기 불황의 한겨울에도 푸른잎으로 청량감을 안겨줬다.

 <미국(서니베일)=과학기술부·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