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IT화와 전자상거래 확산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업종별 전사적자원관리(ERP) 템플릿 개발사업자가 최종 선정됐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중소기업들의 정보화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사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는 달리 IT투자가 지지부진해왔다는 점에서 중소업계 대부분은 이번 템플릿 개발사업 활성화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그러나 기업현장에서 줄곧 지켜본 바로는 이런 외부환경의 변화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 스스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한 컨설팅 업체로부터 ‘전자부품을 공급하는 A사의 ERP 도입’ 기사 게재 여부를 문의받았다. 매출 300억원대의 중소전자업체가 디지털화를 위해 ERP를 도입한다니 반길 일이다. 더더욱 약 9억원이란 비용을 들인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A사의 한 간부로부터 ERP 도입 의도를 듣고는 아연 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A사의 ERP 구축 이유가 자사 사장이 친한 다른 중소업체가 도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욱 큰 문제는 ERP도입을 내년 기업공개에 앞서 기업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A업체의 전산인력은 2명. 이들은 ERP의 효과에 대해 자신만만해했다. 그런데 이들에게 ERP를 구축해 주는 컨설팅 업체는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마인드가 제대로 안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 컨설턴트는 일부 중소기업들의 ERP도입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강조한다. 중소기업들의 인프라 자체가 미흡한 면도 있지만 최고경영자(CEO)뿐만 아니라 임원진이 ERP도입 자체를 하나의 ‘패션’으로 여기거나 대외홍보효과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제 각 업종에 적합한 ERP템플릿 개발이 본격화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정보화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중소기업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이 변화의 틀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그 길은 요원할 뿐이다.
<디지털경제부·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