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3)수출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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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게임업계의 화두는 단연 수출이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대만·홍콩·일본시장에 이어 중국시장까지 본격적으로 상륙함으로써 ‘한류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수출은 지나친 내수경쟁을 타개할 수 있는 좋은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면 올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가 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 온라인 게임이 아시아 지역을 석권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수출이 무조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요즘 온라인 게임업체 CEO들을 만나 보면 수출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진 상태다. 산고 끝에 수출계약을 성사시키더라도 돈을 벌기는 커녕 투자비도 못건지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은 25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매출은 전체의 5%(13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대만·홍콩·일본·미국 등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간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성과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한 수치다.

 이같은 실적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더욱 가관이다. 전체 130억원 가운데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대만에서 벌어들인 로열티 수입이 97억원으로 75%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사실 대만시장의 경우 10여종이 넘는 국산 게임이 몰려갔으나 ‘리니지’와 ‘드래곤라자’를 제외하면 로열티 수입을 벌어들이는 업체는 전무한 실정이다. 수많은 업체들이 변죽만 요란하게 울려댔지 수출 후 실속은 전혀 챙기지 못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해외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파트너 업체가 부도가 나 곤욕을 치른 업체도 속출했다. 위즈게이트는 업계 최초로 지난해 온라인게임 ‘다크세이버’의 대만서비스를 중단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와 액토즈소프트는 대만의 파트너 업체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처럼 온라인게임 수출이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한 데는 무조건 시장을 선점하고 보자는 업체들의 조급증이나 ‘냄비근성’이 문제였다. 정확한 시장분석이나 마케팅에 대한 준비 없이 수출을 서두르다보니 많은 비용을 들이고도 실속이 없는 화를 자초했다. 특히 부실한 현지업체를 파트너로 삼거나 현지 유저들의 해킹 등 각종 변수에 무방비로 당한 것은 뼈아픈 기억이다.

 물론 온라인게임 수출역사가 불과 2년 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과오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시행착오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특히 내수시장 포화상태에 따른 업체들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덤핑’ 등 출혈경쟁도 서슴없이 자행되는 실정이다. 경쟁업체보다 해외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수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수시장에서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공짜 한국 게임이 수두룩한 마당에 굳이 일본 온라인게임을 개발할 필요가 있느냐”는 농담까지 할 정도다. 계약금이나 러닝 로열티 규모 등 계약조건이 갈수록 불리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엔씨소프트가 올해 수출목표를 300억원대로 올려 잡는 등 선두업체들이 공세적으로 나서는 것은 고무적이다. 최근 급부상하는 중국시장에서 ‘미르의 전설2’ ‘레드문’ 등 몇몇 게임이 국내보다 훨씬 많은 유저를 확보했다는 사실도 낭보로 들린다.

 하지만 지나친 출혈경쟁을 막을 수 있는 업계 공동 대응은 여전히 미미한 상태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 김양신 사장은 “게임 수출의 경우 환율, 하드웨어 비용, 현지 서비스료 등 각종 변수들을 더욱 과학적으로 분석한 뒤 접근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지나친 수출경쟁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이제는 업계가 연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