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 선 보안업체>(1)현황과 문제점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업체별 2002년 상반기 당기순이익 비교

 정보보호 업계가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까지 고속 성장했던 정보보호 시장은 올해 들어 급격히 위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는 출혈경쟁으로 가격질서가 무너졌으며 수출에서도 활로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보보호 업체들은 암울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전환점을 맞이한 정보보호 시장의 현실과 대책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1> 현황과 문제점

 ◇실적=올 상반기 보안업체의 실적은 대부분 낙제점이다. 작년까지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거듭했던 기세는 올들어 순식간에 꺾였다. 코스닥에 등록된 주요 정보보호업체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보면 현재 정보보호 시장의 현황이 확연히 드러난다.

 조사대상 12개 업체 가운데 영업이익을 기록한 업체는 안철수연구소를 비롯해 소프트포럼과 어울림정보기술, 넷시큐어테크놀로지 등 4곳뿐이다. 그나마 안철수연구소는 매출대비 24%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한시큐어 인수에 따른 비용을 올상반기에 상계함으로써 적자를 기록했다. 나머지 8개 업체는 모두 영업손실을 냈으며 이 가운데 시큐어소프트와 세넥스테크놀로지는 매출보다 영업손실 규모가 더 컸다. 매출면에서도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증가한 업체는 손에 꼽힐 정도다.

 문제는 세계 정보보호 시장이 성장을 지속하는데 비해 국내 정보보호 업체만 유독 뒷걸음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정보보호 시장의 쌍두마차인 시만텍과 네트워크어소시에이츠는 올 2분기에 전년동기대비 각각 39%와 20%의 매출성장세를 보였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정보보호 업체들은 서둘러 올해 매출목표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뚜렷한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으며 수익성이 배제된 외형적인 성장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

 ◇내수=이처럼 정보보호 업계의 실적부진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내수시장에서의 가격파괴다. 제품을 판매할 때는 적절한 마진이 보장돼야 하는데 최근 정보보호 시장의 판매 형태는 ‘노마진’에 가깝다.

 일례로 삼성전자에 대한 백신 공급의 경우 PC 수만대에 서버도 수천대에 달해 정상가격은 15억∼20억원에 이르지만 실제 계약 가격은 2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격이 90% 할인된 셈이다. 네트워크 정보보호 업계는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정보보호 솔루션의 터줏대감인 방화벽은 물론 지난해 대거 K4 인증을 받은 침입탐지시스템(IDS) 업체들은 올들어 저가경쟁으로 인해 망신창이가 됐다. 특히 후발 인증획득 업체들이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올들어 무리한 덤핑이나 기존 솔루션에 끼워팔기 등으로 비난까지 받았다. 정보보호컨설팅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올들어 시작된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에 대한 정보보호컨설팅 프로젝트 중 일부 최저가입찰제를 실시한 경우 컨설턴트 인건비조차 건질 수 없을 정도로 수주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렇듯 가격질서가 무너진 이유는 업체간 경쟁이 과당경쟁을 넘어 출혈경쟁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정보보호업체 가운데 3분의 1은 한국에 있다’는 웃지 못할 현실이 급기야 출혈경쟁을 초래한 것이다. 신규업체는 시장진입을 위해 가격을 할인하고 기존 업체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더 큰 폭으로 가격을 내리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수출=작년말 정보보호 업체들이 올 사업계획을 발표할 때 성장의 견인차는 단연 수출이었다. 하지만 상반기에 이렇다할 수출성과를 거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 일본 시장에서만 85억원의 매출을 기대했던 안철수연구소의 경우 상반기 수출 실적은 12억원에 그쳤다. 같은 백신 업체인 하우리 역시 올해 일본과 미국에서 30억원의 수출을 목표로 했지만 상반기 결과는 2억원 안팎에 머물렀다.

 그나마 수출의 활로를 찾고 백신이 이 상태인데 다른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침입탐지시스템(IDS)과 공개키기반구조(PKI) 시장에서 괜찮은 실적을 낸 업체는 내수증가에 의한 것이며 수출은 요원하다.

 모 정보보호 업체의 사장은 “국내에서야 정보보호 업체의 지명도가 있지만 해외에 나가면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오로지 기술력으로만 평가를 받는다”며 “정보보호 업체들이 정확한 상황판단 없이 올해 수출 전망을 장밋빛으로 잡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신뢰를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인력=정보보호 업체의 지나친 몸집 불리기도 실적악화를 불러왔다. 업종 특성상 개발인력이 제조업에 비해 많이 필요하지만 핵심부문과 관계없는 인력까지 무분별하게 늘리면서 이를 유지하기 위한 고정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전체 직원이 140명에 이르는 A사는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지만 핵심인력을 보전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핵심사업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분별한 다이어트가 오히려 건강을 해친 것과 같은 이치다. 다른 정보보호 업체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쉽게 발견된다. 정보보호 컨설팅업체인 B사의 경우 부채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지난해말 1차 구조조정으로 110명으로 인원을 줄였으나 상반기에 다시 교육사업 등을 축소하면서 30여명을 내보냈으며 아직도 지속적으로 인력을 축소하고 있다. 또다른 컨설팅업체인 C사는 이달 들어 전체 인원의 10%를 권고사직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정상화가 어려워 추가 인력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서동규기자 장동준기자 dkseo@etnews.co.kr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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