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벤치마킹 공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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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정보보호학회가 실시한 백신 벤치마크 평가 결과에 대해 토종 백신업체들이 공정성 결여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정보보호학회는 최근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백신제품 7종을 대상으로 벤치마크를 실시한 결과 토종제품의 성능이 외국제품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는 한남대 박길철 교수를 비롯해 5명의 한국정보보호학회 회원이 지난 7월1일부터 두달간 실시한 것으로 평가대상은 안철수연구소의 V3와 하우리의 바이로봇, 시만텍코리아의 노턴안티바이러스, 한국트렌드마이크로의 피씨실린, 에브리존의 터보백신, 세종정보기술의 애니백신, 뉴테크웨이브의 바이러스체이서 등 국내 시판되고 있는 7종의 백신이다.

 △토종 백신의 완패=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는 한마디로 토종 백신의 완패다. 종합평가 순위를 살펴보면 1위를 바이러스체이서가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애니백신이 2위를, 노턴안티바이러스가 3위를, 피씨실린이 4위를 기록했다. 반면 바이로봇과 V3, 터보백신은 각각 5, 6, 7위에 머물렀다.

 노턴안티바이러스나 피씨실린은 외산제품을 그대로 한글화한 것이며 바이러스체이서와 애니백신은 러시아 백신엔진을 도입해 국내업체가 다시 개발한 것이다. 이번 평가는 바이러스 검사 및 치료, 엔진 성능, 업데이트, 시스템 영향, 설치, 인터페이스 등 6가지 항목으로 이뤄졌다.

 토종 백신의 경우 업데이트와 시스템 영향, 설치, 인터페이스 등의 항목에서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았고 엔진 성능도 평균 정도의 평가를 받았지만 백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바이러스 검사 및 치료항목에서는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토종 업체의 반발=그러나 벤치마크 결과에 대해 토종 백신업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지금까지 토종 백신의 기술력이 외국 백신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받아온 것과 상반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토종 백신업체는 이번 벤치마크가 “특정업체의 이익을 위해 날조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벤치마크에 가장 중요한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주장이다.

 토종 백신업체가 주장하는 공정성 결여는 바이러스 샘플 문제다. 안철수연구소는 “단지 234개의 바이러스로 기술력이나 성능평가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뿐 아니라 바이러스 샘플을 분석해 보면 1위로 평가받은 업체에서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일 토종 백신업체가 우리나라에서만 활동하는 바이러스를 제공해 테스트를 했다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우리측도 “바이러스 샘플 가운데 절반 정도가 도스 기반에서만 감염되는 구식 바이러스로 현실성이 없다”며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백신 업체간 신종 바이러스 정보를 공유하는 와일드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바이러스로 평가해야 하며 그중에서도 피해가 큰 다형성 바이러스를 얼마나 잘 막을 수 있는가를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투명한 벤치마크가 선행돼야=이번 벤치마크를 이끈 한남대 박길철 교수는 “테스트 수치에 대해서는 한 점의 의혹도 없지만 토종 백신업체가 제기하는 몇가지 문제는 인정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각 업체와 협의를 거쳐 보다 개방된 조건에서 투명한 벤치마크를 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학회가 실적 위주의 평가를 하다보니 학회에 소속된 교수가 맡은 프로젝트에 대한 검증 과정이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학회에 있는가 아니면 프로젝트 진행자에게 있는가도 모호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안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안제품뿐 아니라 특정분야 경쟁제품의 벤치마크는 회사의 실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준다는 차원에서 벤치마크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의의를 살리려면 투명성과 공정성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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