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마이크로·모토로라 인수협상 배경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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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모토로라가 인수협상을 시작한 것은 극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겠다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신흥 비메모리 강자인 ST마이크로는 가전 분야에서 절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통신분야에서는 이렇다 할만한 제품 라인을 확보하지 못해 추가 성장을 위해서는 통신 분야의 강화가 시급한 형편이다. 이에 따라 ST마이크로는 앞서 알카텔 반도체사업부를 인수, ADSL·GSM 사업에 진출했었다. 또 모토로라는 전반적인 자금 사정 악화로 90㎚ 공정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 여력이 달려 반도체 사업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분사 내지는 매각 이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ST마이크로와 모토로라의 합병 가능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모토로라가 반도체 사업을 매각할 것이며 이를 인수할 만한 여력이 있는 업체는 인텔과 ST마이크로밖에 없는데 인텔은 이미 통신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어 모토로라 인수시 제품 라인 중복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ST마이크로가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었다.

 올해 초 양사와 필립스 등 3사가 연구개발(R&D) 분야 제휴 관계를 맺고 R&D센터 설립을 위해 15억유로를 투자한 것도 이같은 소문을 뒷받침했다. 3사는 이를 통해 올 4분기부터 90㎚ 반도체 시제품 생산을 시작, 인텔보다 빠른 내년 3∼4분기부터 시제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모토로라의 반도체 담당 부사장인 크리스 벨덴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 30주년을 맞아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3사가 공동으로 회로선폭 90㎚ 공정기술을 사용한 반도체 플랫폼을 개발한 여세를 몰아 상용제품도 인텔보다 최소한 6개월 앞서 내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사의 통합 논의에 앞서 히타치와 미쓰비스가 르네사스를 설립키로 합의하고 AMD와 후지쯔도 플래시 사업 통합 협상에 들어가는 등 일련의 통합 움직임이 일고 있어 이미 활발한 합종연횡이 이뤄진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다시 한번 일파만파가 일 전망이다.

 이달초 히타치와 미쓰비시는 D램을 제외한 반도체 사업을 통합, 세계 2위 규모의 반도체 업체인 르네상스를 내년 4월 1일까지 설립키로 했었다. 또 각각 세계 2위와 3위의 플래시메모리 업체인 AMD와 후지쯔도 이달초 각각 60%와 40%의 지분을 참여해 인텔을 앞서는 세계 최대의 플래시 메모리 합작사를 설립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었다.

 이에 앞서 인피니온·모토로라·아기어시스템스는 디지털신호처리기(DSP) 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를 견제하기 위해 DSP코어기술 개발에서 제품 생산·판매까지를 책임지는 ‘스타코어’라는 회사를 공동설립키로 했으며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 미쓰비시와 손잡고 이동전화단말기 등 모바일기기에 들어가는 카메라 핵심 SoC를 공동 개발키로 한 바 있다.

 ST마이크로가 모토로라 인수에 성공할 경우 르네상스와 함께 세계 반도체 업체 톱10 순위에도 큰 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ST마이크로와 모토로라는 지난해 각각 64억달러와 50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양사가 통합되면 연 매출 규모가 114억달러에 달하게 돼 71억달러의 세계 2위인 도시바를 가뿐이 넘어서게 된다. 또 르네상스는 2004년 3월 마감하는 첫 회계연도 매출 목표가 9000억엔(약 73억3000만달러) 규모여서 이 회사도 도시바를 제치게 된다. ST마이크로·모토로라, 히타치·미쓰비시가 모두 내년을 목표로 통합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거의 같은 시기에 신생 2위와 3위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등장하게 된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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