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비밀이 없어요. 조금만 신경쓰면 방지할 기업정보의 도청사례가 소중한 국부손실로 이어지는 것을 지켜보면 참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한국통신보안의 안교승 사장(40)은 요즘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른 도청문제에 관한 한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전문가다. 그는 통신보안에 대한 개념조차 미비하던 지난 96년 민간 도청방지업체를 설립하고 500개가 넘는 기업체, 관공서의 도청방지업무를 도맡아왔다. 안 사장은 도청방지현장에서 겪은 온갖 이야기를 모아서 정리한 책 ‘서울에는 비밀이 없다’를 발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아마추어 무선(햄)활동을 하면서 통신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기업체에 입사해서도 무선통신장비를 개발했다. 지난 92년 대선 때 초원복집사건으로 도청문제가 부각되자 안 사장은 자신의 특기를 살려 당시 황무지나 다름없던 국내 통신보안시장에 뛰어들기로 마음을 굳혔다.
“어렵사리 사업을 시작하니 의외로 유명 대기업체의 통신보안수요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도청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했고 실제 의뢰고객사의 7∼8%에선 도청장비가 발견됩니다.”
안 사장은 얼마전 30대 재벌에 드는 모 대기업 본사에서 야간수색작업을 펼친 끝에 샹들리에 위에서 무선식 UHF 도청기를 찾아내기도 했다. 안 사장은 요즘 화제를 모으는 한 대통령후보가 공개한 도·감청을 막는 비화기 휴대폰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문제점을 지적한다.“거의 불가능하다는 휴대폰의 도청가능성에 대해 유명 정치인조차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얘기지요. 세상의 통신장비 중에 절대 도청당하지 않는 장비는 없는데 cdma 휴대폰이라고 무조건 안전하다는 주장은 적절하지 못합니다.”
요즘 대선을 앞두고 불법도청에 대비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안 사장에겐 정치권에서도 보안서비스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 특히 갈수록 소형화, 고성능화되는 도청장치를 막기 위해선 방패격인 도청방지분야에의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가끔이라도 통신보안점검을 받는 민간업체와 관공서는 전국을 통틀어 900여 곳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장소에서 오가는 대화는 비밀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안 사장은 국내 도청보안기술은 세계수준에 못지 않지만 문제는 산업계의 안이한 보안의식이라고 지적한다.
“대기업에서 수천억원짜리 빅딜을 추진하면서 담당자 사무실에 기초적인 통신보안조치도 하지 않는 사례를 많이 봐왔습니다. 네트워크보안에 투입하는 예산의 딱 10%만 도청방지분야에 투자하시길 바랍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지 않습니까.”
<글=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