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새내기 스타

 요즘 가요계는 ‘신인 기근현상’이 극심하다. 인기 차트를 보면 기성가수의 음반이 대부분이고, 신인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이는 국내 대중음악의 고질적인 병폐가 계속되면서 자연스레 불거지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최근의 음반업계 불황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불황이 계속될수록 음반사들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인보다는 기성가수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비·휘성·별과 같은 신인이 약진, ‘가물에 단비’격으로 희망을 안겨줬다.

 휘성은 ‘R&B의 신성’이라며 가창력과 음악성을 높게 평가받은 신인. 신인으로는 드물게 앨범 판매량이 20만장을 육박하고 있다. 또 타이틀곡 ‘안되나요’는 각종 TV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해 연말 시상식의 신인상 후보 1순위로 올라 있다.

 특히 휘성은 일본 언리미티드의 대표인 마시모 회장으로부터 “아시안이라고 믿기 힘든 목소리와 가창력을 지닌 가수”라는 평을 얻는 등 외국에서의 러브콜도 상당하다. 언리미티드는 X재팬과 글레이 등 일본 톱스타가 소속된 기획사로 마시모 회장은 일본 음반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인물. 마시모 회장은 휘성의 TV 공연 모습을 접한 뒤 감탄을 연발했다는 후문이다.

 휘성은 연말 콘서트가 끝나는대로 일본과 대만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어서 음반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비도 가요계에 신선한 활력소가 됐다.

 비는 6인조 그룹 ‘팬클럽’의 멤버일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박진영이 만든 JYP사단에 들어가 2년간의 준비끝에 올봄 혜성같이 등장했다. 훤칠한 키에 남성적인 몸매를 자랑하지만 함초롬한 입매에 미소년같은 앳된 얼굴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20∼30대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비는 본업인 가수뿐만 아니라 CF·드라마·MC·영화까지 진출하는 등 눈부신 활동으로 올 한해를 명실공해 ‘비의 해’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평.

 여자 신인가수 별의 약진도 돋보였다.

 별은 비에 이어 YJP사단에서 선보인 신인가수 2호. 2년10개월의 혹독한 트레이닝 끝에 가수 대열에 합류했다. ‘12월 32일’이라는 독특한 발라드로 TV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데뷔곡 ‘12월 32일’은 올해 안에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떠나버린 남자를 기다리는 여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 금새 눈물을 쏟을 듯 애절한 목소리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쉽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통해 편안한 느낌을 준 것이 별의 성공비결로 통한다.

 최근 국내 음악업계에는 ‘10년주기론’이 나돌고 있다. 70년대 나훈아를 시작으로 80년대 조용필, 90년대 서태지에 이르기까지 매년 10년 주기로 시대의 풍운아가 나온다는 것. 시기적으로 보면 올해나 내년이 유력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올해의 새내기 스타들에 이런 기대를 담아본다면 지나친 비약일런지.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