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럽 문화의 중심으로 급부상하는 독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 동서로 갈라져 왔던 베를린은 냉전의 상징적 존재였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하나로 통합된 도시다. 냉전의 종식을 전세계에 알린 베를린이 유럽의 문화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구 350만명 내외의 도시 베를린에는 현재 200개의 영화관을 비롯해 150개의 극장과 170여개의 박물관이 있다. 그리고 베를린에 적을 두고 있는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무려 8개에 이른다. 문화를 즐기는 독일인을 베를린으로 모으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선 결과다. 베를린비즈니스개발원의 알렉산더 보이겔 박사는 “통일 이후 많은 사람이 베를린을 떠나 정부가 인구와 기업 유인책의 일환으로 문화 중심도시로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베를린을 단순히 독일의 수도가 아닌 유럽의 수도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로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베를린비즈니스개발원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비즈니스원스톱서비스(BBWA)다. 자국뿐 아니라 외국의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련한 이 제도는 외국기업이 베를린에서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사무실에서부터 주거, 산업시설 등을 제도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인력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학계와 연결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정부는 베를린을 멀티미디어 중심의 문화도시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문화콘텐츠 관련업체들의 진출을 적극 알선하고 있다.
독일에는 베를린 이외에도 함부르크, 쾰른, 뮌헨, 프랑크푸르트 등 대도시와 16개주에 베를린비즈니스개발원과 유사한 기관들이 있다.
독일은 통일 이후 경제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문화산업만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자체 제작시장보다는 수입시장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화산업이 90년대 중반부터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새로운 극장이 계속 개관돼 지난 2000년에는 448개의 극장이 그리고 2001년에는 273개의 극장이 오픈했다. 이들 신설 극장의 대부분은 10개 내외의 멀티플렉스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극장 이용객도 2000년 1억5252만명에서 2001년에는 1억7790만명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애니메이션 산업도 성장세를 지속해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97년부터 매년 10∼30% 성장하고 있다. 시장규모는 크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자체 제작은 그리 활발하지 않다. 독일 전역에 10개 정도의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산업이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세계 4위의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음반시장은 다소 침체기다. 이는 전세계적인 음반시장 침체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9년 음반 판매량은 2억5200만개에서 2000년에는 2억4500만개로 줄어들었다.
독일의 유통시장은 매우 투명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시장은 매우 작은데 이는 정부에서 불법복제 음반 및 영상물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 때문이다.
중고시장도 그리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는 않다. 베를린의 경우 중고시장이 5군데 있지만 이곳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제품이 최신작이 아닌 수년전에 출시된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가격도 매우 낮다. 베를린비즈니스개발원의 보이겔 박사는 “불법복제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으며 중고품을 구매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베를린=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인터뷰)독일 베를린 경제노동여성부 잉그리드 발터 국장
“정부는 베를린을 유럽의 문화콘텐츠 중심도시로 적극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베를린이 과거 동서독으로 나뉘어 있어 산업적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으로 신흥 유망산업인 문화콘텐츠산업 거점으로 육성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베를린 경제노동여성부의 잉그리드 발터 국장은 베를린이 유럽의 문화콘텐츠 중심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정부의 노력으로 독일의 영화·방송·게임업체들이 대거 베를린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해 외국의 문화콘텐츠업체들도 베를린을 유럽의 거점으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를린 정부는 이를 위해 그동안 재정적인 지원과 함께 인프라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독일에서 문화콘텐츠산업의 중요성이 거론되기 시작해 정부가 지원에 나섰다”며 “주로 네트워크망 등 인프라 구축과 전시회 개최를 통한 수출입 자리 마련 그리고 독일의 전통 문화예술품을 디지털콘텐츠로 데이터베이스화해 제공하는 업무 등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발터 국장은 아울러 독일의 문화산업 진입장벽이 매우 낮음을 강조하며 한국업체들도 독일시장을 적극 공략하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독일은 문화적으로 개방됐으며 특히 독일인들은 호기심이 매우 높아 창의력이 뛰어난 문화콘텐츠를 적극 수용한다”며 “실제로 독일의 문화콘텐츠산업이 상당히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의 문화콘텐츠 점유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 이를 잘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베를린=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스페인>
▲문화 선진국 노리는 스페인
인구 250만명 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도시 바르셀로나.
인구를 기준으로 볼 때 런던, 파리 그리고 스페인 수도인 마드리드에 비해서도 작은 도시인 이 곳에 유럽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업체가 여럿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크로모소마(CROMOSOMA)다. 지난 92년에 설립된 이 업체는 전세계 거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자사의 작품을 소개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업체의 대표작인 ‘세쌍둥이(The Triplets)’는 무려 50개가 넘는 언어로 더빙돼 전세계 176개국의 TV를 탔다. 이 업체는 이를 통해 매년 상당한 라이선스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을 계기로 많은 스페인의 젊은이들이 애니메이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크로모소마의 자비에 쿼러트 프로덕션 매니저는 “애니메이터 직종을 지원하는 상당수 젊은 인력이 세쌍둥이를 보고 결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로 도콘(D’Ocon)필름프로덕션이 있다.
크로모소마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이 업체는 유럽에서 가장 왕성한 제작능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01년 카툰사가 발표한 유럽 애니메이션 제작현황에 따르면 도콘필름은 평균 작품제작시간이 52시간으로 영국·프랑스·독일의 내로라하는 업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바르셀로나에 두 개의 스튜디오를 갖고 있는 도콘필름의 경우 상당수의 제작과정을 외부에 하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 애니메이션 제작인력이 150명에 육박하고 있다. 도콘필름의 안토니오 도콘 사장은 “1년에 30분 분량 210편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유의 열정을 바탕으로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 온 스페인 애니메이션업체들도 최근들어 변화의 바람에 휩싸였다. 90년대 후반 이후 미국과 일본 작품이 득세를 하면서 스페인 작품들이 유럽에서조차도 기대에 턱없이 부족한 실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상당수 작품은 스페인 TV에서조차 방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크로모소마의 자비에 쿼러트는 “스페인의 창작능력은 매우 높지만 시장은 매우 협소하다”며 “결국 해외시장에 나서야 하지만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스페인 애니메이션업체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할리우드의 최첨단 제작시설을 구비하는 등 최고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한 노력에 여념이 없다. 도콘 사장은 “비록 3D 애니메이션의 제작비가 2D에 비해 1.5배 가량 많이 들지만 시청자의 눈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야 한다”며 “3D 애니메이터 인력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외국업체와의 공동제작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도콘 사장은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제작기술과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으며 특히 많은 업체가 제작에 참여할수록 일반적으로 제품의 퀄리티는 높아진다”며 “도콘도 외국업체와의 공동제작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니메이션에서와 마찬가지로 영화·캐릭터·음반 등 다른 문화콘텐츠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화가 촉진되면서 자국 시장이 점점 외국 문화콘텐츠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같은 언어권인 중남미 시장을 믿고 창작만 하면 어느 정도 소화될 것이라는 믿음이 점점 사라지면서 산업 전반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바르셀로나=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인터뷰)스페인 카탈라 문화산업진흥원 크리스티나 알아스트루이
“문화콘텐츠의 제작비는 날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스페인의 시장규모는 한정돼 있어 자국에서 문화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업체가 외국업체와의 공동제작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문화산업진흥원(ICIC)의 크리스티나 알아스트루이 부장은 상당수 업체가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ICIC는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스페인 동부인 카탈라 지역의 문화콘텐츠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01년에 설립된 정부산하 문화산업진흥기관으로 영상·방송·출판·음반 등의 산업을 집중 육성하며 연 지원 예산규모도 1400만유로(약 180억원)에 이른다.
알아스트루이 부장은 “ 수년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비용절감의 일환으로 같은 언어권인 중남미 지역에 지사를 세우고 단순히 하청을 통한 공동제작을 모색하는 정도였으나 현재는 가능하면 애니메이션 선진국 업체들과의 공동기획 및 제작을 추진한다”며 “가까운 프랑스·독일뿐만 아니라 미국·캐나다 등과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업체들과의 공동제작을 전개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많은 업체가 한곳에 모여 서로 정보 및 기술교류를 추진하고 있다며 단적으로 스페인 각지에 있는 문화콘텐츠업체들이 바르셀로나로 모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아스트루이 부장은 스페인 애니메이션산업이 2D에서 3D 위주로 급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바르셀로나에만 10개 정도의 메이저업체를 포함해 20개 가까운 애니메이션 업체가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3D 애니메이션 제작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바르셀로나=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