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도메인 시대]`도메인 主權`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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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사용자 인터넷 환경에 새로운 장이 열린다.

 국가도메인 공인운영기관인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원장 송관호)는 19일부터 ‘한글.kr’ 도메인 등록서비스를 전격적으로 시행한다. 94년 웹브라우저가 국내에 소개된 이후 영문이 주도해온 인터넷 도메인시장에 한글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는 것.

 한글.kr 도메인은 우리나라 국가 최상위 도메인인 ‘.kr’와 우리나라 언어인 한글이 처음으로 만나는 서비스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도메인 자주권 확대라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글.kr 서비스는 그동안 영문으로만 표현할 수 있던 도메인 이름을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친숙한 한글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가령 전자신문 웹사이트의 경우 ‘http://www.etnews.co.kr’라고 치는 대신 읽고 말하는 그대로 ‘전자신문.kr’를 통해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철도청 역시 ‘korail’이라는 단어가 아닌 ‘철도청.kr’로 가능하며, 안철수연구소도 ‘http://www.ahnlab.com’이라는 어려운 이름 대신 보다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한글 도메인 이름을 가질 수 있다.

 여기에다 베리사인이 제공하는 ‘I-Nav’라는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설치할 경우 전자신문과 마침표(.)만 입력하면 ‘kr, com, net’창이 자동으로 뜨면서 그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 한글과 영문변환작업 없이도 접속이 가능하다.

 물론 이미 한글 키워드를 통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는 서비스나 베리사인이 시행하는 한글.com 서비스가 있지만 국가도메인 공인기관인 KRNIC가 시행하는 이번 한글.kr 서비스는 산업적인 측면이나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송관호 KRNIC 원장은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 언어로 도메인 이름을 표시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라며 “영어에 익숙하지 못해 웹 활용에 제약을 받아온 많은 사람이 보다 자유롭게 원하는 사이트에 드나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인터넷을 통해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어에 익숙하지 못한 저학력층이나 노인·어린이 등의 인터넷 사이트 활용이 쉬워지면 정보의 불평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한글.kr 서비스 개시는 포화상태인 우리나라 도메인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도메인은 모두 154만개. 닷컴(.com), 닷넷(.net) 등 해외 기업 및 기관이 운영하는 도메인이 약 100만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KRNIC에서 운영 중인 영문.kr 도메인이 약 54만개다. 여기에다 넷피아가 제공하는 한글 인터넷주소를 포함해도 170만개를 넘지 않는다. 이 가운데 국가도메인인 .kr의 경우 독일 도메인인 .de의 540만개나 영국의 .uk 300만개에 크게 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 5개의 공인사업자가 1년 동안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3만∼4만개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영문 도메인은 표현의 한계로 인해 더이상 등록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글.kr 서비스가 시작되면 보다 다양한 웹주소의 표현이 가능해져 정체상태인 도메인시장에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기업명과 상품명을 도메인으로 등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문만으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문장형태나 한글과 영문·숫자 등의 조합이 자유롭워져 경우의 수가 훨씬 많아진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올 한해만 약 10만개의 한글.kr 도메인이 등록될 것으로 예상하며 다양한 마케팅과 프로모션 작업이 병행될 경우 15만∼20만개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7개 등록대행업체 가운데 하나인 후이즈의 이청종 사장은 “한글.kr 도메인은 올 한해 동안 효용성이 입증돼 내년에는 등록이 50만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2∼3년 안으로 100만개까지도 수요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했다.

 아직 먼 얘기지만 한글.kr 도메인이 100만개 수요를 형성할 경우 연간 200억원시장이 신규 창출되는 셈이다. 현재 국내 도메인시장이 영문.kr시장 100억원을 비롯해 닷컴·닷넷 관련 수수료 시장 80억∼90억원(로열티 제외)임을 감안하면 한글.kr는 현재 도메인시장을 2배 이상으로 키워주는 구세주인 셈이다.

 국내 도메인등록대행업체들도 한글.kr 서비스가 가져다줄 매출효과를 파악하고 시장선점을 서두르고 있다.

 아사달의 서창녕 사장은 “한글.kr 서비스는 국내 도메인시장의 마지막이자 최대 신규 수요를 형성할 분야”라며 “앞으로 등록대행업체간 치열한 서비스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