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인력과 기술 유출을 둘러싼 업계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휴대폰을 둘러싸고 삼성전자와 벨웨이브, LG전자와 팬택 등이 송사를 벌였거나 진행중이며 광디스크 드라이브 기술을 둘러싸고는 HLDS가 최근 삼성전자를 전문인력 부당스카웃트 등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기술 유출은 엄청난 범법행위다. 한 기업이 수년동안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이 경쟁사로 빠져나갈 경우 해당 기업의 피해는 어마어마하며 결국 기업들의 기술 개발 의지를 꺽어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한다.
그러나 이직문제는 기술 유출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 대기업에 입사한 사람은 ‘퇴사후에 회사 비밀을 타 회사에 유출하지 않고 동종업계로 1년간 이직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낸다. 서약서대로라면 퇴사후 1년 이내의 경쟁사로의 이직은 범법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사업 목적이 워낙 포괄적이어서 업종을 아예 바꾸지 않고서는 사실상 법을 준수하고 이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4개월동안만 동종업계 이직을 제한하며 이것도 사문화돼 있다. 인력의 이동이 자유로워야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 도용, 기술 유출 등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내세운다. 일부 유럽국가의 경우 동종업계의 이직을 1년간 제한하나 이 때문에 취직을 못할 경우 해당 기업이 월급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MF이후 국내 대기업들은 신입사원보다는 곧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사원을 선호한다. 채용문화가 바뀌고 있다. 대기업들의 홈페이지에는 경력직원을 모집하는 광고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런상황에서 현재의 관행과 법으로는 모두 불법 소지가 있는 셈이다. 매일 총성없는 전쟁터에 있는 기업들에게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력을 육성하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무한 구호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직자들을 범법자로 만들수 있는 구 시대의 관행에 대해서는 산업 활력과 업체간의 소모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개선책을 내놔야 하지 않을까.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