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동전화요금 경쟁 `실종`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실에 들러 공정위의 이통사 담합여부 조사에 대해 “요금은 인가사항이어서 담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통부가 SK텔레콤의 요금을 인가하는 것은 원가경쟁력이 제일 강한 선발사업자가 ‘약탈적’ 요금으로 시장을 집어삼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의 발목을 묶어놓고 후발사업자인 KTF나 LG텔레콤이 요금경쟁으로 가입자를 끌어모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요금인가 규제의 목적이다. 진 장관 말대로 인가 때문에 담합이 일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후발사업자의 요금 경쟁이 힘을 발휘한 적은 없다. 기본적으로는 후발사업자와 SK텔레콤 간 가격차가 소비자를 유인할 만큼 차별화되지 못했다. 30∼40% 저렴하다면 모를까 기껏 10초에 몇원 차이로는 브랜드력이 월등한 SK텔레콤 쏠림현상을 막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SK텔레콤은 TTL로 대표되는 사실상의 할인요금 상품을 잇달아 출시(정부인가에 대해 지금도 말이 많다), 추격을 따돌렸다. 야심작이었던 번호이동성 제도 역시 별무효과였다. 후발사업자들은 약정할인제라는 회심의 카드를 들고 나와 기대에 부풀었지만 정통부는 얼마 후 SK텔레콤에도 약정할인제를 덜컥 인가해줬다. 사업자 간 비로소 요금인하 경쟁이 고개를 들려고 하는데 찬물을 끼얹은 격이었다. 덕분에 경쟁은 되지 않고 ‘그놈이 그놈’인 요금제로 괜시리 요금만 6∼7% 내려갔다.

 요금 경쟁 실종이라는 상황이 되풀이되다 보니 후발사 입장에선 힘들게 경쟁하느니 SK텔레콤 요금수준에 기대 수익을 내는 ‘사실상의 담합’을 선택하게 된다. 요금인가제가 SK텔레콤의 요금 수준을 유지하며 과도한 수익을 내 오히려 시장지배적 지위를 보장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통부는 재경부의 요청에 따라 하반기 요금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요금을 내리면 선후발 할 것 없이 다같이 내릴 수밖에 없다. 이에 KTF와 LG텔레콤은 국회를 찾아가 요금인하 폭을 줄여달라고 읍소했다. 1분기 170억여원의 영업손실을 낸 LG텔레콤은 더욱 절실하다. 요금인하가 불가피하다면 정통부가 어떻게 이를 유도하는 게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지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