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 사각지대 "금융기관을 뚫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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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아웃소싱 비즈니스를 성사하기 위한 국내외 IT업체들의 행보가 바쁘다.

 한두해 전부터 공공 분야는 물론 제조·닷컴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아웃소싱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만큼은 아웃소싱에 대해서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일부 대기업 계열 금융사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기간계를 포함한 토털 아웃소싱을 도입한 금융기관은 아직까지 없다.

 IT가 핵심 업무와 밀접히 연관돼 있는 금융권에서 아웃소싱이 쉽지 않은 선택인 것만은 분명하다. 더욱이 대형 시스템통합(SI)업체들이 금융 계열사에 대한 시스템관리(SM)를 수행하고 있으며 대형 금융사들이 SM 전담사를 만드는 추세까지 더해지면서 제 3의 기업이 금융권 아웃소싱 비즈니스를 따내는 것은 말 그대로 난제였다.

 다행이 최근 들어 긍정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비록 업무 전체 영역은 아니지만 증권사에서 처음으로 신영증권이 한국HP와 아웃소싱 계약을 이뤄,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 일부에서는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 사이에 굵직한 아웃소싱 프로젝트 한두 건이 가시화될 것이란 낙관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부분 아웃소싱 확대 가능성 크다=비록 ‘공동운용’이라는 제한적인 형태지만 산업은행의 사례는 금융권에서 기간계 시스템을 아웃소싱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99년 6월 새로운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면서 기존 시스템에 대한 운용을 삼성SDS에 위탁했다. 본 시스템을 가동하는 올해 들어 ‘공동운용’을 결정하며 재계약을 했다. 산업은행의 IT 인력 90여명과 삼성SDS 인력 150여명이 ‘코어소싱’이란 형태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이런 선택은 자체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와 외부 서비스를 통해 급변하는 IT 환경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산업은행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기간계 업무를 제외한 부분적인 아웃소싱 사례는 늘고 있는 추세다. 시스템관리, 데이터센터 운영 대행, 콜센터, 재해복구 서비스 등이 주된 대상이다.

 한국IBM의 경우 외환카드의 메인프레임 운용 대행 서비스를 비롯한 7개 금융기관에 부분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HP 역시 신영증권에 앞서 교원나라자동차보험사의 IT인프라 관리 아웃소싱 서비스를 획득했다.

 SI업체 중에서는 삼성SDS가 경남·우리은행에 재해복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조만간 외환은행도 삼성SDS와 현대정보기술 두 업체 중 하나로부터 재해복구 아웃소싱 서비스를 받게 된다. 또 시티은행과 알리안츠 생명 등이 최근 데이터센터 IT 아웃소싱을 결정하고 사업자 선정에 돌입해 두 건의 프로젝트 수주전도 뜨겁게 달궈질 전망이다.

 ◇외국계와 제 2금융권 행보에 주목=관련 업계는 최근 들어 재해복구나 시스템 관리 영역 등 다소 낮은 수준의 아웃소싱 서비스가 확대되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아웃소싱은 최고 의사 결정자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일이지만 위험부담이나 고용문제 등에 대한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면 국내 금융 아웃소싱 시장은 작은 단위 업무에서 시작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관련 업계는 외국계 금융권과 제 2금융권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내에는 IT 아웃소싱에 익숙한 외국계 은행 중 일부가 오래 전부터 아웃소싱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만간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증권전산의 관계자는 “한두 개 정도의 중형 증권사가 아웃소싱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돈 지 오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LG CNS와 SK C&C, 현대정보기술 등은 데이터센터 확충 등 인프라 정비를 통해 금융권 IT 아웃소싱에 대비하고 있다. 올해 초 IT 아웃소싱을 전략사업으로 설정하고 조직개편 등을 통해 IT 아웃소싱 수요 발굴에 주력해 온 SI업계는 금융권 통합이 가시화됨에 따라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한 IT 아웃소싱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작년에 대규모 아웃소싱을 체결한 한국IBM도 금융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한국HP 역시 신영증권의 바톤을 이어받을 제 2의 대상을 물색중이다.

 신혜선·김원배기자@전자신문, shinhs·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