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언 가격담합 인정 배경과 전망

독일의 인피니언이 D램 가격 담합 사실을 시인하고 1억6000만달러의 벌금을 내는 데 동의함에따라 지난 2002년 6월부터 진행돼온 미 법무부의 D램 반독점 조사 추이와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 법무부의 조사대상에는 사실을 인정한 인피니언 외에 미국의 마이크론과 국내업체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포함돼 있다.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가격담합이라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질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로 인해 집단소송이 제기된 PC업체들의 보상요구 등 파장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의 경우 가격담합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기간인 지난 1999년 7월부터 2002년 6월까지 인피니언·마이크론과 치열한 시장경쟁을 치룬 만큼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인피니언만이 혐의사실을 인정한 배경이 무엇인지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피니언의 담합 인정 배경은=인피니언이 이번에 혐의사실을 시인한 것은 미 정부와 갈등을 지속하기보다는 벌금을 내는 것이 ‘미래위험’ 해소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향후 있을 수 있는 미 정부의 다른 형태 무역 규제를 미연에 방지, D램 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또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꺼리는 유럽 회사의 보수성도 작용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피니언이 이미 벌금에 대비한 충담금을 준비해놓은 것도 이를 방증한다.

 ◇파장은=사실이든 아니든 피의자 중 하나인 인피니언이 혐의를 인정한 만큼 마이크론·삼성전자·하이닉스도 반독점규제를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최근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사실상 담합사실을 인정하고 법무부에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이 사실이라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소위 괘씸죄까지 추가될 가능성마저 무시할수 없는 실정이다.

 이번 인피니언에 부과된 벌금은 1억6000만달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만약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면, 2002년 기준 D램 시장 점유율(삼성전자 약 30%, 마이크론 약 18%, 인피니언 13%, 하이닉스 12%)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가 약 3000억원, 하이닉스가 12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시 정황이나 협의의 강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단순 계산 금액과 미 법무부의 과금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25개 PC업체에 의해 제기돼 있는 소송문제도 잇따라 발화될 것으로 보여 세계 D램업계가 일대 회오리에 말려들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하이닉스 ‘우리는 다르다’=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 법무부의 발표는 어디까지나 인피니언에 관한 것일 뿐 국내 업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며 “이번 발표가 확대 해석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설혹 인피니언과 마이크론이 담합했더라도 국내업체들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반도체분야의 한 전문가는 “2000년 당시 세계 주요 반도체업계에서는 D램 가격 하락에 대비해 감산을 하자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당시 시장을 주도하던 삼성전자는 감산에 나설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를 고려한다면 삼성전자가 굳이 인피니언과 가격을 담합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하이닉스도 회사내 사정이 복잡해 타 업체들과는 공동보조를 취할 여유나 환경이 아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은 조사결과가 나와봐야지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심규호기자·김규태기자@전자신문, khsim·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