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환의 드랍십]내 인생의 전환점(1)

사람의 머리는 뭔가 한가지 일에 몰두하면, 거기에 익숙해 진다. 하면 할수록 능률도 오른다. 하지만 그 반면에 사고방식이나 행동은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 그 말은 익숙해지는 만큼 나태함과 실증을 느끼게 된다는 의미다. 소위 말하는 매너리즘 현상이다.

결국 위에서 말한 ‘따분해지는’ 현상에 도달하게 되고, 능률은 갈수록 떨어진다. 무언가 한가지에 몰두 할 수밖에 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문제점이 있다면 해결책 역시 있기 마련인데…, 심적인 나태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환점’ 이 필요하다. 새로운 목표를 위한 ‘시동’으로서의 전환점이다. 하지만 서둘러서는 안된다. 자칫 잘못하면 매너리즘에 더욱 깊이 빠져드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작이다.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차차 이야기 해보도록 하고 오늘은 나의 게이머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 한가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나는 평소 상당히 예민한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신경 쓰는 것이 많다. 무언가를 보거나 다룰 때, 또 먹고 입을 때도 여러 가지를 많이 따지는 편이다. 게임을 할 때도 마우스란 존재 때문에 애를 많이 먹는다.

그 어떤 제품도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고, 버튼감이 좋으면 감도가 안좋고 감도가 좋으면 버튼감이 안좋고, 둘다 좋으면 너무 작든지 너무 크든지 하는 꼭 한가지 중요한 단점이 들어가 있었다. 그래도 꾹꾹 참아가며 묵묵히 게임을 해왔지만, 그것 때문에 슬럼프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던 적도 많다. 맞춤으로 제작할순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그나마 나의 욕구에 근접한 마우스가 바로 ‘KTEC-6500’ 이라는 제품이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 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상훈형(코치)으로부터 꿈 같은 소식을 전해 듣게 됐다. 이른바 ‘튜닝마우스’에 대한 것이었다. 언제나 툴툴거리던 내 불만을 내내 담아두고 있었는지, 어디서 그런걸 찾았는지 참 신기한 분이다. 하하.

나에게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베이직 마우스가 최고의 버튼감을 준다. 하지만 볼마우스이기 때문에 고속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한다. 또 감도는 로지텍의 MX-300이 최고로 좋다. 하지만 이 제품은 둔탁하고 매우 큰 데다 버튼감이 별로다. 그런데, 이 두 제품의 장점만을 합친, 이를테면 MX-300의 감도에 MS의 버튼감을 더한 마우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

3일에 걸친 정보수집과 재료수집 끝에 제작에 들어갔다. 상훈형은 재료부터 조립까지 하나하나 전수해 주었고, 나는 차곡차곡 기술력(?)을 쌓아 나갔다. 그동안 갖고 있던 MS마우스들과 재료가 되야할 MX-300을 여러개 구입했다. 숱하게 많은 마우스들이 실패작으로 사라져 갔다. 접착제가 스며들거나, 퍼티(프라모델제작에 쓰이는 재료)가 마우스 기판에 굳거나 하는 일들 때문에 꽤 많은 실패가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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