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지상파DMB가 성공하는 길

지난해 말 위성DMB 사업자로 티유미디어를 선정한 데 이어, 올 들어 지상파DMB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절차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한 계획서 마무리 작업에 전력해야 할 시점에 사업자 간 합종연횡 소문이 더 무성한 것은 참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는 태생적으로 위성DMB에 대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견제심리와 정책기구의 디지털방송 전환정책 때문에 지상파디지털라디오(DAB)가 지상파DMB로 급전환되었다는 것을 감안해 보면 이상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멀티플렉스 6개를 나누어 선정한다는 인위적 구도 자체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한 마디로 도입 초기 안정된 사업 구도를 통한 시장 안착이 가장 중요하다는 선행 뉴미디어들의 값비싼 교훈을 무시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비현실적인 도입 구도 때문에 정책 주체인 방송위원회는 물론 사업권 획득을 위해 준비하는 사업자들까지도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

 특히 신규 매체의 유료방송 시장 진입에 있어 핵심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에서 확실한 솔루션이 있을 수 없다. 물론 사업계획서상에 공동마케팅 전략이라는 항목이 있지만, 사업권 획득을 놓고 경쟁하는 사업자 간 공동 전략이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

 여기에 네트워크 계획, 타 매체와의 균형발전 등 개별 사업자가 아닌 방송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 개별 사업자의 사업계획에 서술하도록 되어 있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결국 모든 방송행위를 사업자가 알아서 주도해온 독점적 지상파방송 모델을 그대로 차용한 듯한 인상이다. 즉 지상파방송의 형식적 다원주의를 본질적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기술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사업전망 자체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사업적 불확실성을 지상파 재전송이라는 방법으로 보완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사업자 선정을 코앞에 두고도 분명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는 것은 신규매체도 아니고 지상파방송의 확장매체도 아닌 애매한 성격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사불란하게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위성DMB는 물론, 방송이라는 공적 책무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휴대인터넷 같은 통신형 매체들과 경쟁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물론 지상파방송 재전송에 의지해 케이블TV SO 같은 지상파방송 편승매체로 자리매김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KBS가 2TV 재전송을 공개적으로 비지상파사업자들에게 임대하려고 나선 것이 단적인 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비정상적인 사업구도는 신규 방송매체를 통해 방송영상산업을 진흥시키고 시청자 주권을 제고하겠다는 궁극적 목표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리는 이야기들은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사업계획서 제출을 일주일밖에 안 남겨 놓은 이 시점까지도 사업자 간 합종연횡이 공공연히 추진되고, 허가 주체인 방송위원회까지도 이를 원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허가 주체와 객체 간의 파행적 의식과 행위 때문인지 사업계획서 작성에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권 획득을 통해 방송사업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익을 얻어 보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횡행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러므로 지금 방송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허가심사도 하기 전에 무리하게 사업자구도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새로운 매체로서 의지를 가지고 지상파DMB 방송사업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사업자를 고르는 것이다.

 hkuhn@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