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열리는 세빗 2006 전시회 때는 기자들이 자칫 한국에서 김밥 도시락을 사가지고 와야 할 겁니다.”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노키아 등 글로벌 기업과 시장점유율에서 경쟁할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출혈경쟁에 뛰어들어 삼성전자의 지갑이 가벼워진다면 최악의 경우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김밥도 제공하지 못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독일 하노버 세빗 전시장에서 열린 이 사장과의 오찬 간담회에는 김밥과 초밥 도시락이 제공됐다.
그의 말을 미뤄볼 때 삼성전자의 사업 방향은 앞으로도 양적 성장보다는 프리미엄 마케팅에 무게중심을 두는 쪽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이 사장은 시장점유율은 소비자에게 주어진 선택의 문제며, ‘품질경영’이 자신에게 주어진 필수과제라고 말한다.
“만일 삼성전자가 50달러짜리 CDMA 단말기, 저가 WCDMA폰을 내놓고 본격적인 판매량 경쟁에 나선다면 1위 달성은 시간문제”라는 그의 말에서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시장점유율만을 끌어올리기 위한 저가 공세는 결국 수익성 저하, 직원들의 사기 저하, 생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그의 사전에 ‘저가 경쟁을 통한 시장점유율 향상’이란 있을 수 없다.
전세계 글로벌 휴대폰 업체들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정보통신 시장에서 세빗 행사 이후 삼성전자의 행보가 더더욱 궁금해진다.
항공모함으로 불리던 모토로라가 어제의 모토로라 이미지를 벗고 슬림화를 시도하며 스피드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고, LG전자 역시 만만찮은 상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삼성전자는 WCDMA 단말기 시장에서 고가정책으로 오히려 경쟁사에 사업 기회를 내준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현재 삼성 휴대폰은 전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최고가에 팔리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국가 브랜드 가치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올 초 “3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공언한 이 사장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한국에서 도시락을 싸가지 않고 참석할 수 있는 ‘세계 1위 달성 기자간담회 자리’를 기대해 본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