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술사업화 정책이 성공하려면

 정부가 국내에서 개발된 신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모양이다. 아직은 정책계획 단계로 다 영글어지지는 않았지만 전체 연구개발(R&D) 예산에서 기술이전 및 사업화 분야 투자비 비중을 5% 정도로 획기적으로 높이고, R&D 기획 단계부터 사업화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신기술 사업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술사업화 개발 프로그램(R&BD)’을 도입하고, 5000억원 규모의 기술사업화 전문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옳은 방향 설정이라고 본다. 한정된 R&D 예산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필요한 기술을 선택해 개발하고, 이것을 상용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경쟁시대에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미 개발된 기술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게다가 기술혁신형 벤처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신벤처 정책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것과도 맞아떨어지는 시기적절한 정책 구상으로 여겨진다.

 사실 정부가 기술사업화 정책을 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간 기술거래소를 설립해 기술이전을 통한 사업화에 나서기도 했고, 특허청을 중심으로 특허기술이 상품화될 수 있도록 자금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전개해 왔다. 하지만 공공연구 성과물이 민간으로 이전되는 비율이 15.3%에 그치고, 등록특허의 사업화 성공률이 11%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산·학·연에서 개발된 기술이 대부분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만큼 기존 정책 실효성이 낮았기 때문에 이번 정책에 기대를 걸어 본다.

 기술사업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산·학·연에서 개발된 기술이 필요한 곳에 이전돼 상용화될 때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은 올라가고 산업경쟁력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더욱이 연구자의 창의력과 기업의 사업화 능력이 결합돼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다수의 기업이 배출되면 이로 인한 수익이 다시 R&D 재투자로 이어져 우리나라 R&D의 선순환 구조가 정립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기술사업화 정책 구상에서 신기술 사업화 초기 단계에 집중 투자할 기술사업화 전문펀드에 주목한다. 그동안 기술 개발 과정 중 사업화 초기에 자본 투입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기술사업화에 걸림돌이 됐던 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는 어렵게 기술 개발을 하고서도 자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의 재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때문에 전문펀드 조성이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같이 정부가 다양한 정책 지원을 통해 신기술 사업화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기술 개발과 달리 기술사업화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벤처 붐 기류를 타고 우수한 연구 결과물만으로 기업 설립에 나섰던 연구원들 가운데 다수가 실패의 쓰라린 경험을 겪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이번 정책 구상은 기술 이전이나 사업화에 식견을 갖춘 유능한 전문인력을 양성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기술을 사업화해 죽음의 계곡을 넘으려면 기술혁신·경영능력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뿐만 아니라 이들 전문인력이 기술 아웃소싱을 통해 성장해갈 때 기술사업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유로운 기술 및 인력 거래가 이루어져야 기술사업화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간 자유로운 M&A제도 활성화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