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 업계의 양대산맥인 한국HP(대표 최준근)와 한국IBM(대표 이휘성)이 광고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는 각종 신문은 물론 공중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는 다매체 광고전략으로 관련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한국HP는 ‘피오리나 사임’, 한국IBM은 ‘LGIBM과 분리 및 PC사업 매각’ ‘이휘성 사장 취임’ 등의 첨예한 이슈가 맞물리면서 광고 속에 숨은 전략적 의미가 무게를 더하고 있다.
두 회사가 국내 컴퓨팅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전쟁을 방불케 하는 양사의 광고공세는 IT업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광고 대전’의 포문을 연 것은 한국HP. 이미지 광고보다는 제품 광고가 눈에 띈다.
한국HP는 직접판매를 강조한 ‘파트너 다이렉트’ 인쇄 광고를 내보낸 후 PC·서버·프린터·프로젝트 등 각 품목별 광고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HP와 컴팩의 합병 이후 2년에 걸쳐 대대적으로 실시한 ‘플러스HP’의 후속광고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생소한 ‘블레이드 서버’를 주제로 한 TV 광고. IT 통합을 주제로 하고 있는 이 광고는 변화를 상징하는 화살표들이 통합의 의미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하석구 한국HP 이사는 “HP는 그동안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는 지를 플러스HP라는 광고를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며 “올해는 변화에 적응한 성공적인 기업들의 이야기는 물론 HP 제품과 솔루션이 구체적으로 기업 혁신을 어떻게 도왔는지 알리는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한국IBM은 핵심 캐치프레이즈 ‘온디맨드’를 세상에 알리는 데 중점을 두는 캠페인성 광고가 중심이다.
온디맨드 TV광고가 그동안 미뤄져 왔던 광고라는 점에서 한국IBM이 이휘성 체제로 안정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현재 전파를 타고 있는 TV광고에서는 고객의 요구가 시시때때로 바뀌는 상황 속에서 두 기업의 경영자가 얼마나 쉽게 적응하고 있는 지를 재미있게 나타냈다.
박남주 한국IBM 실장은 “한국IBM이 TV를 주력 광고매체로 선정한 것은 몇 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온디맨드를 실현하는 것이 머나먼 훗날 남의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기업이 취해야 하는 핵심 전략임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IBM이 PC 마케팅에 유난히 공을 들이고 있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대목이다. LGIBM과의 결별 이후에도 PC사업은 여전히 한국IBM의 주력 아이템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것이 1차 목적. 중국 레노보로 사업이 이전되기까지 PC사업 부문에서 국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이 그 다음 목적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단 대대적인 광고 집행을 가장 반기는 것은 각 업체 유통회사들이다. 한국HP와 한국IBM 유통업체들은 광고 이후 문의 전화가 10∼30% 이상 늘었다고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경쟁업체 중에서는 일부 대기업 판매 집중현상을 우려하기도 했지만 일단 양사 광고 경쟁에 대해 호평하고 있다.
유통업체인 인성디지탈의 서주석 사장은 “봄날 경기가 좋아지는 훈풍을 타고 양사의 광고가 IT제품 전반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