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2의 안철수를 기다린다

국내 보안 업계를 대표하는 안철수 사장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 2001년 정문술 미래산업 회장이 사임한 후 IT업계의 거물급 CEO인 안 사장이 전문경영인에게 자리를 넘겼다.

 1995년 서울 서초동에 있는 30여평짜리 사무실에서 3명의 직원과 함께 시작한 안철수연구소의 10돌 기념식 날에 안 사장은 전격적으로 퇴진을 밝혔다. 서울대 의대 박사과정 때 호기심으로 개발한 컴퓨터바이러스 백신 ‘V3’을 만든 지 18년 만이다.

 어렸을 때부터 당연히 의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안 사장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안철수연구소를 뒤에서 바라보겠다며 수줍게 웃는다. 지난 10년간 내성적인 본인의 성격에 맞지 않는 일을 해왔다는 그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경영학(technology enterprisership)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이번 안 사장의 사임으로 이제 국내 정보보호 업계엔 1세대로 대표되는 인물이 거의 사라졌다. 김광태 퓨쳐시스템 사장만이 보안 1세대 명맥을 잇고 있다. 어찌 보면 보안 업계는 안 사장 퇴임으로 스타 플레이어를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계 1위 보안회사인 시만텍을 고전하게 만들었던 주인공 안철수는 이제 바톤을 넘겼다.

 지난해 보안 업계는 설립 이후 사상 최악의 실적을 거두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해 보안 업계 CEO가 줄줄이 교체되면서 많은 보안 업계에 새로운 인물들이 도전장을 냈다.

 떠나는 안 사장은 “보안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떠나게 되는 것이 아쉽다”며 “사이버 세상에서 정보보호는 현실에서 국토 방위와 똑같은 기능을 하며, 다른 나라 군대가 우리나라를 지켜줄 수 없듯 우리의 사이버 세계는 우리의 기술로 지켜야 한다”고 국내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다국적 기업들이 엄청난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정보보호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파상공세를 펴고 있는 것을 의식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우리나라 사이버 세계를 지켜 내야 하는 전쟁터에 이제 안철수는 없다. 하지만 그동안 안 사장의 그늘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했던 새로운 인물들이 약진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의 바람처럼 발빠른 기술 대응으로 세계적인 보안회사들이 발 붙이지 못하게 하는 ‘제2의 안철수’가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컴퓨터산업부·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