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지속가능한 경쟁우위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말은 이미 식상할 만큼 일상적인 말이 됐다. ‘광속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도 그다지 새삼스러운 말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의 변화 속도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전자·정보통신 산업은 이러한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수많은 첨단제품의 경연장이 된 CES나 최근의 CeBIT 등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해마다 몇 차례의 전시회가 열리지만 그때마다 놀랍도록 진일보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해서 업계를 당혹스럽게 할 정도다.

 요즘 세계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휴대폰만 봐도 그렇다. 며칠 전에는 우리나라의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3.5세대(G) HSDPA 휴대폰 통화 시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EVDO 서비스의 7배, WCDMA의 5배 이상인 최대 14Mbps급 모바일 전송환경을 제공한다는 HSDPA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용 서비스가 예상되는 첨단 서비스다.

 세계적으로 이제야 조금씩 3G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 기업들의 움직임은 정말로 발빠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혹자는 “며칠만 방심하고 있으면 전혀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나와 있다”며, “이제 신제품 개발 경쟁에서는 ‘단 며칠조차 아주 긴 시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전혀 새로운 제품’이라고 했던 것조차 ‘며칠’ 후가 되면 비슷한 제품들 틈에 섞이게 된다는 사실이다.

 사실 얼마 전만 해도 하나의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이 일종의 기득권으로 작용하면서 한동안 기업의 성장과 수익의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지간한 기술로는 과거처럼 기득권을 향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만큼 기술의 진보가 빠르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기술은 칩으로 응축되고, 그 칩은 상품이 돼서 다른 기업들에 판매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기술이 상품으로 판매됨에 따라 기술의 평준화 현상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이처럼 기업 간 기술수준이 평준화되는 상황에서는 기업들도 자칫 기술개발보다 ‘코스트 경쟁’으로 치우칠 우려가 없지 않다. 숨가쁘게 진보하는 기술을 따라잡기가 버거워지면서 보편화한 기술을 가지고 낮은 가격으로 승부를 걸려는 또 다른 경쟁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저가를 무기로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것만으로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에는 변화의 속도와 경쟁의 정도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기술개발에 더 많이 투자해서 남들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기술, 말하자면 ‘차별된 기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아무리 기술의 평준화 경향이 두드러진다 해도 앞선 기술이란 늘 존재하게 마련이고, 따라서 그런 기술을 연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면 자연히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기술에 의한 기득권은 일정부분 유효하다. 여전히 기술은 기업의 핵심적인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부단한 혁신을 통해 ‘보편화된 속도’ 이상으로,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만이 이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무한경쟁을 돌파하는 길이다. 그 외에 달리 방법이 있을 수 없다. 우리의 반도체나 휴대폰이 세계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치다. 지금 우리가 기술개발에 더더욱 매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최고의 기술이 우리 손으로 끊임없이 개발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희국(LG전자 사장) heegooklee@l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