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미스터 칩’ ‘최장수 장관’ ‘IT 전도사’ ‘최고 부자 장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에겐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거액의 삼성전자 스톡옵션을 포기하며 입각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진 장관은 참여정부 출범 각료 중 아직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장관이기도 하다.

장수 비결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스타CEO 출신답게 정통부를 누구보다 잘 ‘경영’해온 것은 분명하다. 정통부가 작년말 정부 부처 업무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게 이를 방증한다.

작년 한해 지구의 4.5배에 해당하는 18만㎞를 여행할 정도로 IT외교에도 남다른 의욕을 보이고 있다. 입각 3년차를 맞아 ‘전매특허’인 ‘IT839정책’ 전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진 장관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 산업 전반에 대한 정통부의 정책 비젼을 알아봤다.

- 21세기는 ‘디지털 콘텐츠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식 정보화시대의 꽃이 바로 디지털 콘텐츠입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망 및 모바일 인프라를 구축해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애니메이션 등 디지털 콘텐츠 각 부문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우선 정부의 향후 디지털 콘텐츠산업에 대한 중장기 비젼이 있다면.

▲정부는 그동안 디지털 콘텐츠 강국을 목표로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산업 발전법’을 제정하고, 범 정부 차원의 기본 계획과 부처별 시행계획을 수립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올해는 제 2차 디지털 콘텐츠 산업 발전 기본 계획을 수립해 DMB, 와이브로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디지털 영상과 모바일 콘텐츠를 집중 육성하는 한편 온라인 게임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시장 확대를 전략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컴퓨터 그래픽, 온라인 게임 엔진 등 핵심 기반기술 개발과 국제 공동 연구 활성화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게 기본 방향입니다. 이와함께 관련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과 건전한 콘텐츠 유통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2003년 10대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될 만큼 정부의 육성 의지가 유달리 강한 분야입니다. 국가적인 성장 동력이 되기 위해선 해외 시장 확대가 중요할 텐데요. 정통부가 올해 추진할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세계화 지원 전략은 어떤게 있습니까.

▲우리나라 디지털 콘텐츠 수출 규모는 작년에 4억3000만달러 수준인데, 아시아권에 80%가 집중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통부는 올해 국내 디지털 콘텐츠업계의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 진출 활성화를 목표로 기업의 글로벌 사업 역량 강화와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해외시장 진출의 사전 검증을 위한 온라인 게임 테스트베드를 미국, 싱가폴에 이어 일본, 유럽까지 확대하는 한편 콘텐츠 현지화 지원 및 유망시장 ‘BRICs’ 등 해외 신규 시장 판로 개척을 위한 비즈니스 상담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와함께 실사 수준의 영상 콘텐츠 제작 기술, 멀티 플랫폼 연동형 콘텐츠 기술 등 연구 개발과 국제 공동 연구 지원에 역량을 집중할 생각입니다.

- 우리나라는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수출 규모가 폭발적 늘어나는 등 수출 기여도가 무척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대다수 중소업체들은 해외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우리나라는 사실 브로드밴드로 대변되는 발달된 인프라를 갖고 있었기에 온라인 게임 강국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인구 1000명당 브로드밴드 가입자 비율에서 당당히 세계 1위입니다. 온라인게임의 해외진출은 제조업 부문에서 우리의 경쟁력이 중국 등 후발국에 의해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는 지식 정보 서비스업의 대표 주자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정통부는 IT 중소기업의 수출 및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하여 98년부터 해외 IT지원센터(iPark)를 설치하고 입주 공간 제공, 마켓 채널 구축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필두로 세계 주요 5개국에 8개 센터를 운영 중입니다. 앞으로도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분야별 전문 인력을 충원하여 맞춤형 지원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계획이며 기술자문, 벤처캐피탈 연계 등 IT산업에 부합하는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모바일 강국으로서 세계가 놀랄 정도로 다양한 무선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통신사업자가 무선망을 독과점해 심각한 수급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무선망 개방에 대한 정통부 입장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무선 분야는 이통사가 접속 서비스와 포털을 동시 운영하는 일원화된 구조로 발전해왔습니다. 이통사 자체 포털을 통해서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폐쇄형 구조인 셈이지요. 그래서 이통사의 게이트웨이를 유선 ISP나 독립포털, CP 등에게 개방토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무선망을 유선 ISP와 연동할 수 있게 IWF(망연동장치) 개방 등을 내용으로 하는 ‘무선인터넷망 개방추진 기본 계획’을 수립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2002년말엔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개정 고시를 통해 제도적 절차도 마쳤습니다. 실질적인 이용 계약 체결 과정에서 사업자간 이견이 발생하기는 했으나, 정부의 적극 중재를 통해 망개방 효과가 점차 가시화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개방 과정에서 발생할 사업자간 이견이나 불공정 행위에 대해 통신위원회로 하여금 사실 조사 및 시정조치 등을 통해 실효성을 제고해 나갈 방침입니다.

- 모바일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씀인데, 무선인터넷 표준플랫폼 ‘위피’ 활성화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다음달부터 국내 서비스 단말기에 위피 탑재가 의무화된다고는 하나 위피가 대한민국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잡기까지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위피 활성화를 위한 복안이 있습니까.

▲다음 달부터 위피 의무화 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일각에서 우려했던 위피의 불확실성이 말끔히 해소될 것으로 봅니다. 이통사들도 이에 맞춰 위피폰 보급 확대, 위피 콘텐츠 공모전 등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SKT는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에도 위피를 보급하기 위해 관련 업체들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위피폰 보급대수도 연말까지는 1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정통부는 앞으로 인위적으로 위피를 육성하는 것 보다는 위피 의무화라는 제도적 기반 하에 이통사, 플랫폼 및 솔루션 개발업체, CP 등 관련 업계의 자율적인 노력을 통해 위피가 활성화 되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 ‘인터넷 종량제’, ‘무선 패킷요금 정액제’ 등 최근 디지털 콘텐츠 이용 및 가격 정책에 대한 논란이 많습니다. 이 문제는 사실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이라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정책 결정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 텐데요.

▲현행 정액 요금제는 인터넷이 사회 전반에 급속히 확산하는데 일등 공신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수익자 부담 원칙, 유한한 네트워크 자원의 효율적 사용, 망 고도화 등의 측면에서 정액제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상위 5% 이용자가 전체 트래픽의 40%, 20% 이용자가 72%를 유발한다는 보고서도 있구요. 그러나, 종량제 도입을 위해서는 과금 시스템 구축, 서비스 품질 보장 등 기술적 문제와 이용자 보호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고속 인터넷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통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서 결정할 것입니다.

- 청소년의 온라인 콘텐츠 결제시 부모동의 및 공인 인증서 의무화 등 정통부의 사후 관리 정책이 너무 과하다는 불만이 높습니다. 디지털 콘텐츠의 역기능 해소를 위해 사후 관리도 중요하겠지만, 자칫 산업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까 우려됩니다.

▲2001년 도입된 전화 결제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 확대와 게임 등 인터넷 콘텐츠 산업 활성화에 기여한 바 큽니다만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법정대리인(부모)의 동의 없는 미성년자의 이용료 결제 및 과다한 요금 청구 등 이용자 피해가 빈발한 실정입니다. 이에따라 작년 3월에 미성년자 전화 결제시 공인 인증을 통한 부모 동의 확보, 하나의 ID당 결제 전화 번호수를 2개로 제한, 결제 상한액(월 7만원) 운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온라인 결제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입니다. 공인인증서 의무화 조치의 경우 1년 유예를 거쳐 올 4월부터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공인 인증서 보급 확대와 시스템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자필 서명, 우편, 전화 녹취 등 부모동의를 입증 할 수 있는 방안까지 가능토록 완화해 업계 책임하에 자율 시행토록할 생각입니다. 다만 부모 동의는 당초 계획대로 적용됩니다.



- 최근 ‘한류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콘텐츠산업 입장에서 보면 한류 열풍은 해외 진출의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실제 중국, 일본, 동남아 등 한류 열풍이 일고 있는 지역에선 한국산 콘텐츠들이 좋은 반응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류와 디지털콘텐츠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정통부 차원의 복안은 무엇입니까?

▲국산 온라인게임은 중국 등에서 시장 점유율 약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NHN저팬이 일본게임포털 1위를 차지하는 등 눈부신 성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국의 수입규제 조치, 국내 업체의 소모적 경쟁 심화 등의 부작용과 수출지역 및 장르의 편중 등의 한계가 노출되고 있습니다.

 앞으론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한류의 질적 고도화 및 세계화가 필요합니다. 정통부는 그래서 국제 게임전시회, 국제 모바일 컨퍼런스, 해외 현지 게임 대회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한국 디지털 콘텐츠의 우수성과 역동성을 적극 홍보하고 현지 국가의 관련 기관 및 단체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회·문화적 분석과 시장 정보 등을 제공하여 기업의 해외 마케팅을 적극 지원할 예정입니다.

- 작년에 문화부와의 상호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바 있습니다. 이후 국제게임전신화 공동 개최 등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만,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국가적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두 부처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보다 절실하다는게 산업계의 요구입니다.

▲두 부처간 MOU 체결은 콘텐츠 육성의 핵심 부처로서 각종 정책 및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데 있어 국민과 기업의 관점에서 조정·해결하여 불필요한 정책 혼선과 업무 중복 소지를 제거하여 정책 시너지 효과를 향상 시키는데 근본 취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실효적인 협의 및 조정체계를 마련하고, 합의를 제도화하기 위해 국장급 정책협의회를 운영하고, 산하기관 차원에서도 업무협력 MOU를 체결하여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제 게임전시회인 ‘지스타’를 공동 개최하고 한국 소프트웨어진흥원과 문화콘텐츠진흥원의 모바일테스트베드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등 기능적 연계를 강화해 업계 편의를 제고할 것입니다. 서울 상암동에 들어설 예정인 정통부 IT 콤플렉스와 문화관광부 문화콘텐츠 콤플렉스와의 기능을 연계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협력 방안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 디지털 콘텐츠는 첨단 IT기술의 결정체임에도 아직 대중화가 덜 된 느낌입니다. 이를 위해선 디지털 콘텐츠를 어디서나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과 같은 부대시설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사실 정통부는 이미 국내 디지털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 센터·생산·유통이 연계된 IT콤플렉스를 ‘2007년 말까지 조성할 예정인데, 이 안에 1800평 규모의 미래 IT 체험공간인 ‘디지털 파빌리온’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디지털 파빌리온’은 첨단 제품의 시연장 및 체험장 뿐만 아니라 기업의 신제품 마케팅 장으로 활용하여 비즈니스와 여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것입니다. 특히 이 시설내에 ‘인터랙티브 플레이존 & 미래 체험존’을 구성해 첨단 게임관, 디지털 카페 등 IT 환경에 대한 흥미 유발과 유비쿼터스 홈 라이프(u-Home Life), 유비쿼터스 서비스(u-Service) 등 미래 IT를 체험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 끝으로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 사용자들인 N세대들에 한 말씀 하시지요.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도약하는데는 네티즌들의 공로가 가장 컸습니다. 네티즌들은 IT서비스와 그 기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며 사이버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여 우리나라 IT산업과 서비스의 발달 및 지식기반 사회로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네티즌들이 디지털콘텐츠를 자기 발전과 여가 생활을 위해 건전하고 바르게 이용해 나갈 때 IT 강국에 걸맞는 콘텐츠 이용문화가 정착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지식정보사회의 근간을 이룰 디지털콘텐츠의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콘텐츠 이용 주체인 네티즌들이 손쉽게 콘텐츠의 생산주체가 되어 창조적 지식활동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적 정비 및 기술개발 등을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진대제는 누구?

진대제 장관은 입각전인 2003년 초까지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맡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할만한 스타CEO 중 한 사람으로 이름을 날렸다. 서울대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진 장관은 공학도들의 꿈의 무대인 미국 IBM왓슨연구소에 근무하다 85년 삼성전자에 전격 스카우트됐다. 이후 35세에 임원으로 발탁되고 44세에 부사장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을 계속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이 돋보이는 진 장관은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미스터 칩’으로 불리웠다. 삼성에선 메모리반도체, 비메모리반도체, 정보가전제품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 입각 전만해도 윤종용 부회장의 대를 이어 삼성전자 총괄 대표가 될 인물로 평가돼왔다.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경영이나 경제학을 전공한 전문 경영인보다도 탁월한 경영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

 162㎝의 단신이지만 삼성 시절엔 서부 개척시대의 진취성을 상징하는 카우보이 모자를 즐겨쓰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항상 배우고 항상 새로워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일일학일일신(日日學日日新)’이 좌우명이다. 화려한 경력과 달리 솔직 담백하고 소탈한 편이다. DVD 타이틀로 SF영화를 즐겨 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진 장관은 입각하자마자 팀제 등 철저한 민간 기업식 경영 시스템을 도입,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CEO 업무 중심의 팀제 전환, 민간기업식 성과 위주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인사에서도 연공 서열을 파괴했으며, 문화부와는 이례적으로 MOU를 체결하는 등 CEO출신 장관으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정통부 내에선 ‘주식회사 정통부 진대제 사장’이란 우스갯소리까까지 나올 정도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