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怪·物·傳·說! 몬스터의 유래를 찾아서](4)좀비

# 좀비는 사실 연약한 존재

알프레드 매트록스의 책 ‘부두교’는 다음과 같이 좀비를 정의 내리고 있다. 좀비란 ‘사망이 정식으로 기록되고 여러 사람의 눈앞에서 매장이 치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 후 백치에 가까운 상태로 발견되는 사람’이라고 서술돼 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서양 의학 기준)이 실제로 없는 것은 아니지만 되살아난 인간과 좀비와의 가장 큰 차이는 백치 상태라는 점이다. 좀비는 기본적으로 지능이 거의 없다. 또 부두교에서 말하는 좀비는 당사자에게 고통을 내리는 것이지, 대중 매체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인간을 공격하거나 살해하는 등의 만행은 저지르지 못한다. 오히려 인간이 좀비를 노예처럼 부려먹고 사는 것이 정설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존재는 오랜 세월동안 무수히 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 인간과 대치하는 악으로 묘사되면서 드라큘라나 늑대인간 등 ‘유명 몬스터’에 버금가는 명성을 지니게 됐다. 서구 대중 문화에서 좀비는 ‘천하의 바보’라는 기본 개념만 유지되고 본능적으로 인간을 미워하며 피와 살을 뜯어먹고 싶어하는 괴물 등으로 다양하게 묘사된다.

또 평범한 인간이 좀비로 되는 이유도, 치료약이 없는 ‘미지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설정해 좀비의 신체적 나약함을 보완시키고 한 번 물리면 영원히 좀비로 살아야 한다는 공포를 내재시켰다. 일단 이렇게 인식된 좀비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과격해지고 신체적 운동능력도 향상됐으며 집단으로 행동하는 등 다양한 특성을 띠게 됐고 결국 각종 게임에서 빠지지 않는 몬스터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 실제 사건으로 기록돼

하지만 좀비의 실존 여부는 매우 흥미가 높은 사안이다. 좀비의 존재를 믿을 만한 사건으로 기록한 사람 중의 하나가 흑인 인종학자 조라 닐 허스턴인데 그는 아이티 섬에서 직접 체험한 좀비 사건들을 서양 세계에 알리면서 유명해졌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1936년 10월에 발생한 사건이다.

 어느 날 나체의 여인이 아이티의 아티보나이트 계곡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이 발견돼 닐 허스턴이 병원으로 데려가 신원 조회를 하고 검진을 받게 했다. 그 결과 이 여인의 이름은 펠리사 펠릭스 멘터로 밝혀졌는데 놀랍게도 이미 29세에 사망해 매장됐던 사람이었다.

또 건강 상태가 죽은 자와 다름이 없었고 눈은 동공이 염산에 탄 것처럼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이 사건에 흥미를 가진 허스턴은 이 여인이 비밀단체의 기밀을 누설한 죄로 좀비가 됐다는 것을 밝혀내고 이를 기록했다. 여기서 말하는 비밀단체가 바로 부두교의 한 종파다.

# 무시무시한 부두교의 형벌

부두교는 서인도 제도와 미국의 일부 남부 지역에 퍼져있는 특수한 종교다. 부두교의 기원은 흑인 노예들이 아프리카에서 가져온 민간 신앙에서 출발하며 유럽의 가톨릭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애니미즘 사상이 혼합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부두교에는 백마술과 흑마술이 있으며 백마술은 인간이 자연에 순응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비해 흑마술은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불어 넣는다. 이 흑마술 중의 하나가 사람을 죽이고 다시 깨어나게 만드는 주술이 있고 이 사악한 저주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를 좀비라고 칭한다.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방법도 대략 알려져 있다. 테트라도톡신이라는 신경 작용제를 목표가 된 인물에게 몰래 먹이면 가사 상태에 빠진다. 주변 사람들이 당사자를 죽은 것으로 착각하고 장례를 치르면 흑마술사가 무덤을 파헤쳐 해독제를 일정한 시간내에 투여하면 다시 살아난다. 하지만 되살아나면서 모든 기억을 잃고 지능은 현저히 낮아지며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한 상태가 평생 지속되는 것이다.

# 쉽사리 사용되는 몬스터

좀비가 게임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유는 설정이 쉽기 때문이다. 인간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기만 하면 ‘좀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화학 공장의 폭발이나 바이러스 실험실의 사고 등은 좀비 몬스터가 나타날 충분한 원인을 제공한다.

또 현대적인 개념뿐만 아니라 마녀나 주술사가 인간을 좀비로 만들어 버렸다는 설정만 주어져도 좀비는 팬터지 게임에서 등장할 수 있다. 게임 개발자들이 머리를 쥐어 짜며 몬스터를 재창조하지 않아도 쉽게 만들 수 있고 이래저래 쓸모도 많으며 적당한 공포도 내재돼 있는 몬스터로 좀비만한 것이 없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