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달면 삼키고 쓰면 뱉아라?

류현정

컴퓨팅 업계의 해묵은 논쟁이 부쩍 잦아졌다. 세계적인 조사기관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시장점유율 자료나 각종 벤치 마크 테스트 결과에 대해 분패한 쪽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EMC가 최근 유력 IT 조사기관인 IDC의 조사 결과를 인용, 자사가 전세계 네트워크 부착형스토리지(NAS)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NAS 터줏대감 격인 네트워크어플라이언스가 즉각 IDC 조사방법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IDC가 NAS 범주에 스토리지의 또 다른 형태인 CAS 시스템을 포함시켜 자신들이 1위 자리를 빼앗겼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한국HP가 국내 유닉스 시장에서 점유율 40%를 넘어섰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IBM은 공식적으로 문제삼지는 않았지만, 리눅스 OS를 사용하는 오픈파워가 유닉스 서버에 포함되지 않아 점유율이 크게 낮아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심지어 올 초에는 한국EMC와 히타치데이터시스템코리아가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며 국내 스토리지시장 1위는 자사라고 주장하는 일도 있었다.

 이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한 달 전에 서버 성능 테스트 기법인 TPC 벤치마크 기법이 13년 만에 대폭 손질될 것이라는 외신이 나오자 한국썬 영업팀이 반응했다. TPC-C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곧잘 밀렸던 한국썬 측은 이를 계기로 그동안의 테스트가 부정확했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숱한 논쟁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중요한 것은 논쟁 그 자체가 아니라 기업 속성이다. 원래 기업이란 유리하면 확대하고 불리하면 침묵하거나 애써 과소평가한다. 누락시키는 수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다.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결과도 알아야 하지만 이러한 기업의 정보 제공 속성도 파악해야 한다. 전문조사기관 자료와 벤치마크 테스트가 기업 마케팅에 활용되면서 얼마나 분칠되고 덧칠될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숫자만 보지 말고 배경을 들여다 보자. 트렌드도 함께 살펴보자. 앞으로도 끝이 나지 않을 해묵은 논쟁의 혼선에서 비켜가는 길이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