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경제협력과 손익계산서

최근 각종 매스컴에는 인기 탤런트 김태희가 북한에서 열린 패션쇼 무대에 등장하는 사진이 실렸다. 그녀는 지난달 26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패션쇼에서 단아한 원피스와 순백색의 바지를 입고 나와 청순미를 한껏 뽐냈다. 그녀는 “북한 땅이 이렇게 가까운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가까운 북한 땅이 이동공간으로서는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멀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몇몇 북한 여성은 “우리는 저런 옷 안 입어요”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아마도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거대한 단절의 장벽이 조금씩 낮아져 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발랄한 이미지로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는 김태희의 모습이 무뚝뚝한 북한 남성들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갔을까. 이러한 결실을 얻어내는 데에는 여러 사람의 눈물겨운 인내와 수고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성대한 말 잔치보다는 한 걸음씩 굳은 땅을 파고들며 실속 있는 성과를 추구했던 것이다.

 현재와 같은 북한 환경에서는 대북사업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사업참여를 결정할 경우 수익 극대화보다는 손실의 최소화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 될 것이다. 북한은 정서적으로 같은 면이 있고 언어도 통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수월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서로 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북한 노동자의 기술 수준이나 투자환경에 대해서도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수시로 여건을 체크해야 한다. 남북교역은 물류비가 대단히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부피가 작은 제품이 효과적이다. 또 북한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 쪽을 공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긴장을 완화하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 화해와 협력을 추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 남북경협은 그간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지속될 것이다. 한국의 대북 경협사업은 북한의 피폐된 경제 활성화에 자극이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경제 개방을 위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남북경협은 북한의 행동양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남북관계에 가장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이다.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느냐는 한국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다. 마침 이때 6·15 공동선언 발표 기념방문단이 평양에 갔다. 이들이 민족통일대축전에 참여하고 만찬을 함께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한민족의 동포애로서 북한의 문제에 접근하되, 계산서는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서로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상대방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공연히 분위기에 들떠서 휩쓸려가거나 한건주의로, 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한두 마디씩 내뱉는 것은 궁극적으로 얻어야 할 목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 간의 엄연한 차이를 인식하고 한 갈래씩 실타래를 풀어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주고받는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감정적 대립이나 식량지원문제, 북핵문제 등에서 하나씩 결실을 이루는 전략이 필요하다.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가 그 사회의 공공적 자산이라면, 서로의 신뢰와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통일을 위한 자산이다. 그러므로 북한에 줄 것과 받을 것을 분명히 하자. 우리가 줄 것은 경제협력과 개성공단 개발 그리고 북한주민의 생활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며, 우리가 받을 것은 한반도의 안정화와 핵협상 테이블로의 복귀 그리고 북한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원활한 공간과 이동성을 보장받는 것이다.

◆류영달 한국전산원 정보화기획단 수석연구원 ryooyd@n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