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레이콤 휴대게임기 개발 각계 반응

‘아이리버’란 독보적인 브랜드의 MP3플레이어로 벤처신화를 일궈냈던 레인콤(대표 양덕준)이 전격 ‘외도’를 선언했다. MP3 전문업체에서 벗어나 ‘DS’(닌텐도) ‘PSP’(소니)와 같은 휴대형 게임기로 새로운 신화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MP3와 게임시장은 매카니즘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레인콤의 게임 사업이 결코 순탄치많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세계적인 게임기업 닌텐도와 소니가 난공불락의 아성을 쌓아놓은 것도 부담스러워 보인다.

레인콤은 MP3 시장에선 거의 독보적인 기업이다. 뛰어난 디자인 감각과 가격 경쟁력, 그리고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국내 MP3 시장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레인콤의 위상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룡기업 삼성전자와 애플의 거센 반격과 중국산의 저가 공세로 인해 MP3 시장에서의 입지가 예전같지 않다. 한때 10만원을 호가하던 주가가 1만원대로 10분의 1로 추락한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지난 1분기엔 창사 이래 처음으로 13억원의 순손실까지 냈다.

특히 삼성의 추격이 무섭다. 삼성은 MP3 마켓셰어가 30%에 육박하자 ‘타도 아이리버’를 외치며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래서 레인콤의 새로운 돌파구로 내세운 것이 다름아닌 ‘컨버젼스’. MP3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능을 첨가한 디지털 멀티미디어기기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휴대형 게임기를 개발하겠다는 것도 결국 이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레인콤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휴대형 게임기지만, MP3를 비롯해 여러 기능이 첨가된 디지털 복합기기 형태로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MP3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고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레인콤이 차세대 전략 제품으로 게임기를 택한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런 선택으로 풀이된다. ‘컨버젼스’가 IT 시장의 대세로 굳어지면서 MP3만으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데다, 게임이 각종 모바일 디바이스 기술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키아·삼성·팬택 등 휴대폰업체들이 게임폰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로운 모바일 트렌드로 정착된 복합기기 시장의 효과적인 공략을 위해 게임기는 레인콤에 매력적인 분야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휴대형 게임기의 시장성은 무궁무진하다. 전문 통계기관인 IDATE에 따라 휴대용 게임기 시장이 2008년까지 약 10조원(94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MP3와 달리 휴대형 게임기 시장의 진입 장벽이 아주 높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닌텐도(DS)와 소니(PSP)의 양강 체제가 탄탄하다. 휴대형 게임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기업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의 내로라하는 많은 IT기업들도 이 시장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실패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국내서도 지난 2001년 게임파크가 ‘GP32’이란 휴대용 게임기를 개발했다가 빛도 보지못한채 스러져갔던 전례가 있다. ‘GP32’는 사실 당시에 업계 최초로 32비트 CPU를 탑재하는 등 성능면에선 닌텐도의 게임보이를 능가했다.

전문가들은 “유비쿼터스 게임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이 시장이 매력적인 분야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진입이 어려운게 현실”이라며, “레인콤이 정확하고 세밀한 시장 분석에 기반하지 않고 단지 MP3 부진에 대한 돌파구로써 휴대형 게임기를 택했다면, 무모한 도전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현재까지 드러난 레인콤의 휴대형 게임기는 성능면에선 DS와 PSP에 버금가는 고성능으로 무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인콤측은 “현재 약 50%대의 개발진척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르면 올 4분기말경엔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3.5인치 LCD디스플레이에 그래픽가속칩과 하드디스크 등으로 중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통해 진행중인 핵심 SW플랫폼인 3D엔진 역시 85% 정도대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다. ETRI 게임개발센터장인 양광호박사는 “기본적으로 차세대 모바일 단말기를 겨냥한 탓에 PC에 버금가는 고성능을 낼 것”이라며 “레인콤의 포터블 디바이스 기술과 정통부 선도기술개발과제로 진행중인 플랫폼기술이 잘 접목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게임기 시장은 하드웨어 성능 보다는 양질의 콘텐츠 확보가 성공의 열쇠란 점에서 레인콤의 시장 진입과 연착륙이 뜻대로 이루어질 지는 미지수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게임파크의 ‘GP32’가 실패한 이유가 고성능 사양에도 불구, 확실한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GP32용으로 발매된 게임은 3년간 고작 20여개에 그쳤다. 세계 최대 휴대폰 메이커인 노키아의 게임기 ‘엔게이지’의 실패 원인도 바로 콘텐츠였다. MS의 X박스가 소니의 PS2에 밀린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는 레인콤으로선 단말기 개발에 앞서 3분기부터 본격적인 콘텐츠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이 대부분 휴대폰용 개발업체인데다 소니와 닌텐도의 협력 개발사, 즉 ‘써드파티’ 라인업이 워낙 강력해 레인콤이 콘텐츠 라인업에서 PSP와 DS를 따라잡는다는 것은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소니와 닌텐도가 약속이나 한듯 국내 개발사에 대한 지원을 통해 경쟁적으로 콘텐츠 확보전에 들어간 것도 레인콤으로선 매우 부담스러운 부분이다.레인콤이 휴대형 게임기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자 관련업계와 게이머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레인콤의 희망섞인 전망에도 불구, 대체적인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게임업계는 소니와 닌텐도가 초강력 스펙으로 무장한 PSP와 DS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레인콤이 원활히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소니와 닌텐도가 기본적으로 저가 하드웨어 보급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레인콤이 가격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더구나 레인콤이 이 사업에 전력투구해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데, 컨버젼스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선에서 사업이 추진되는 것 같아 성공적인 시장 론칭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머들의 반응도 상당히 부정적이다. 게이머들은 루리웹 등 각종 게임 관련 게시판에 “초기 킬러 게임이 뭐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콘텐츠 부족으로 레인콤의 휴대용 게임기가 ‘GP32’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 게이머는 “만약 개발비가 비슷하다면, 세계적으로 보급되어 있고 인지도가 큰 ‘PSP’나 ‘DS’쪽을 택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며 “게임 시장이 유망하다고 하니까 레인콤이 주가 부양용으로 내놓은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레인콤이 ‘GP32’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철저한 준비를 거치지 않는다면, 이번 휴대형 게임기 사업 시도는은 ‘부적절한 외도’에 그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입을 모은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