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구자홍 동양시스템즈 사장 ④동부,동양그룹에서 기업경영

 오랜 공직생활을 접고 시작한 내 인생의 2막은 동부그룹에서 시작됐다.

 민간기업에 입문 후 적응기간, 훈련기간이 되어주었던 시간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게 도와준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과의 소중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동부그룹에 몸담고 있던 시절 김준기 회장의 가르침을 통해 기업 경영의 본질과 속성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그와의 만남을 통해서 기업이 ‘이윤’을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배울 수 있었고 허상보다 실상을 추구해야 성공적인 기업경영을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동부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 내게 처음 주어진 일은 그룹 종합조정실에서 맡게 된 영남화학 인수 건이었다. 민간기업에서의 첫 시작이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공직 시절 해운산업 합리화, 해외건설 합리화를 담당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 우리나라 생명보험 시장이 외국자본에 문을 굳게 닫고 있을 당시, 외국자본이 들어오게 된 첫 시도가 동부에트나 설립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언제나 그렇듯이 ‘처음’이라는 것은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좋은 경험이 됐다.

 이후 손건래 사장과 함께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 정상화 작업에도 투입됐다. 당시 회사는 상장이 폐지될 지 모르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었다.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뒤집어 정상화시키라는 미션이 손 사장과 나에게 떨어진 것이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기회는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던 나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나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미션에 도전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우선 관계 기관에 금융기관에 대한 상장폐지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일인 만큼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설득했다. 동시에 갖가지 자구책을 마련, 회사 정상화 노력을 최선을 다해서 증명해 보였다.

 보험회사로서는 최초로 토털퀄리티컨트롤(TQC) 시스템과 손익개념을 도입, 철저한 손익경영에 돌입했다. 전 지점에서 손익계산서에 입각한 영업을 하도록 하고 그 실적을 일일이 보고 받았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거듭한 결과 한국자보는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고 그 때의 성취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동부화학에 대한 경영정상화 작업을 맡았을 때도 당시 동부화학은 과중한 누적적자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에 업무프로세스의 혁신으로 문제 해결의 전략을 세우고 구매 업무 합리화 및 손익경영을 통해 부실기업 정상화 작업에 정면으로 승부했다.

 민간기업에서의 첫 인연이었던 동부그룹에서의 경영수업을 마치고 기업의 수장인 CEO로서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시작했던 것은 동양그룹과의 인연을 맺은 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5년 4월 동양그룹 종합조정실에 부임했고 같은 해 7월 대표이사로 선임돼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아멕스 카드를 인수, 동양카드를 설립했다. 동양카드 정상화를 위해서 조직을 정비했고 이후 곧바로 인프라 구축과 차별화되는 서비스 개발을 시도했다.

 또 카드 비즈니스에 금융비즈니스를 접목시킬 수 있다면 더 많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 금융업을 추가할 수 있도록 정부 인가를 받았다.

 지금은 카드시장에서 일반화 되어 있는 개념이지만 당시만 해도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했던 ‘하이 프리스티지(High Prestige) 전략’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시도했다. 고품격 카드의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 세계 초일류 호텔과의 전략적 제휴 및 각종 이벤트와 연계서비스를 통해 카드 마케팅을 활성화 시켰고 ‘멤버십 리워드’ 시스템을 업계에서 최초로 시도해 연회비에 상응하는 혜택을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새로운 시도와 노력의 결과 첫해부터 동양카드를 흑자로 전환시켰을 뿐만 아니라 재임기간 동안 회원수가 4배인 20만명, 가맹점 수는 20배로 증가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스토리를 눈여겨본 언론에서 먼저 ‘부실기업을 살리는 마이더스의 손’ ‘부실기업 정상화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내려주기 시작했다. 이런 세간의 평가 때문인지 지금도 사람들은 가끔 내게 부실기업이 정상화되기 위해서 어떤 처방을 써야 하는 지 질문을 하곤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Go to the basic’, 즉 기본으로 되돌아가라는 것이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해결의 실마리를 항상 ‘기본’에서 찾고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대응책을 내어야만 한다.

 경영에 있어서는 기본에 충실한 회사는 어떠한 어려움이 와도 견뎌낼 수가 있다고 믿는다. 기본을 망각하고 다른 기업이 잘 되니 나도 하자는 식으로 따라가면 기본까지 망하는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ceo@tysystems.com

  

 사진설명:96년 4월 동양카드 대표이사 재임시 임직원들과 함께 관악산을 등반했을 때의 모습.(맨 아래 왼쪽에서 3번째가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