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품용 상품권 인증제 도입 배경과 전망

문화관광부가 지난 3월말 선정한 22개 경품용 상품권에 대한 인증을 전면 취소하고, 지정제도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화부는 지난해 말 경품게임기를 이용한 ‘도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게임제공업소 경품용 상품권 지정 제도’를 마련했다. 정부의 인정을 받는 경품용 상품권을 발행함으로써 경품게임기의 사행성을 조장하고 있는 ‘딱지상품권’에 철퇴를 가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를 위해 문화부는 게임산업개발원을 상품권 인증기관으로 정하고 상품권 선정작업을 거쳐 1차로 22개의 상품권을 선정했던 것. 하지만 이후 각종 루머와 의혹이 제기되면서 상품권 인증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문화부는 기선정 상품권에 대한 확인·검증 작업 결과 다수의 허위사실이 확인됐다며 모든 상품권에 대한 인증을 취소했다. 또 기존 선정 방식으로는 상품권 지정제도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금융권의 지급보증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같은 과정에서 문화부는 기존 정책의 실패를 스스로가 인정하는 모양새가 됐다. 또 ‘도서상품권’과 ‘문화상품권’ 등을 포함한 다수의 대형 상품권 발행사들도 경품용 상품권으로 지정됐다가 취소됨에 따라 대외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됐다. 대체 무엇때문에 문화부가 이같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하면서까지 경품용 상품권 지정제도를 변경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기선정 상품권 인증 전면 취소 배경

문화부는 기선정 상품권에 대한 전면 취소 결정의 배경을 발행사들에 대한 결격사유 발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진행해온 검증 및 확인 조사 결과, 1차 선정한 22개 발행사는 물론 1차 심사에서 탈락하고 이의신청을 한 31개사 등 모든 업체가 가맹점 수를 조작하거나 가맹점 상환액을 과다계상하는 등 심한 부풀리기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부 게임음악산업과 김용삼과장은 “실사 결과 모든 업체에서 허위사실이 발견됐고, 청문회 때 모두가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도서상품권’과 ‘문화상품권’ 등 공인된 상품권의 경우도 가맹점 관리를 제대로 안해 없어진 가맹점이 많았는데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채 오래된 리스트를 그대로 제출한 것으로 보이지만 가맹점 수가 점수에 많은 영향을 미친 관계로 고의가 아니었다고 인정해 줄수 없었다”며 “이들 발행사의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데다 형평성을 고려해야 했다”고 전면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당초 제대로 된 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22개사를 선정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3월말을 시한으로 주고 급박하게 추진한 관계로 모든 업체에 대한 조사가 어려워 우선 서류까지 부실한 업체를 걸러내고 1차 심사를 통과한 업체만을 대상으로 실사를 진행하는 형태로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문화부가 내놓은 조치는 그동안 터져나온 각종 루머와 로비 의혹 등으로 문화부 관계자가 궁지에 몰림에 따라 모든 잡음을 일거에 해소하기 위한 궁여지책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1차 상품권 인증사가 선정된 이후 업체들의 로비가 있었다거나 ‘딱지 상품권’이 대거 선정됐다는 등의 소문이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국회에서 문화부와 실무기관인 게임산업개발원을 대상으로 감사에 나선 상태라 이같은 시각에도 어느정도의 힘이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보다 큰 요인은 아케이드게임 시장을 살려보겠다는 취지로 상품권 지정제를 추진한 문화부가 여러가지 잡음에 시달리면서 발행사들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데 따른 괘씸죄를 적용한 결과로 보인다.

문화부 고위 관계자는 “업체들이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정부를 농락했다”며 “이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돼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화부가 최고로 강경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해당 업체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이같은 문화부의 심경을 잘 알고 있는 때문으로 보인다.

# 개선안 일정 및 의도

문화부가 새로 제시한 경품용 상품권 지정제도 개선안은 내달 15일부터 본격 발효된다. 이를 위해 문화부는 오는 13일 지정신청공고를 내고 20일부터 지정신청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신청한 상품권에 대해서는 적합여부에 대한 확인 작업만을 거쳐 29일께 지정된 상품권을 일괄 공지하고 내달 15일부터 비지정 상품권에 대한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이후에는 수시로 신청접수를 받아 지정해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빠른 시행을 위한 방안으로 현실적으로 심사가 힘들어 지급보증을 매개로 보험사에 맡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기존 안대로 심사를 다시하는 방법은 10월 이후에나 실시가 가능할 정도로 늦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급보증은 처음부터 검토해온 내용으로 상품권과 관련한 경험이 있는 서울보증보험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상품권 지정제도를 정착시켜가는 과정이고 심사가 늦어져 정책에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잘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게임산업개발원의 우종식원장은 “누구든지 상품권 발행을 준비해서 신청하면 연중무휴로 확인작업 거쳐 즉시 선정해 주겠다는 것이 취지”라며 “이는 그동안 가장 어려움을 겪어온 심사부분을 보험사에 맡김으로써 보다 철저한 심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결국 지급보증을 골자로 한 개선안은 일견 상품권 인증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이해득실을 철저하게 따지는 보험사의 심사를 통과하도록 함으로써 1차 필터링을 거치도록 하면서 동시에 상품권 인증제 및 자체 업무 간소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위한 방안인 셈이다.

# 업계 반응은 이해관계 따라 천차만별

게임제공업소의 경품용 상품권 지정과 관련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업계의 반응은 한마디로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아케이드게임 시장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상품권과 관련한 정부정책을 시행하려면 먼저 상품권 시장에 대한 규모 및 현황 파악이 이루어진 후에 현실에 맞는 인증제도를 마련했어야 했는데, 급하게 22개 업체를 먼저 선정해 놓고 진행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많을 수 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상품권을 둘러싼 이권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상품권 지정제를 시행한다고 할 때부터 이런 저런 특혜시비와 로비의혹이 불거져 나올 것이 예견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이유로 기선정한 22개 가운데 일부만 탈락시키기 보다는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것이 오히려 낫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상품권 인증제 얘기가 나왔을 당시에 딱지 상품권을 마구 찍어낸 후 도주를 해버리는 경우가 있어 지급보증은 반드시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케이드게임 전문가인 예솜의 이재권사장은 “상품권 발행사가 도주를 해버리면 결국 모든 피해는 게임이용자와 게임장 업주에게 돌아간다”며 “이미지 좋은 공인 상품권 업체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라 지급보증을 하도록 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맞춰 정상적인 상품권을 준비해온 업체들은 하루라도 빨리 시행해야 ‘딱지 상품권’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데 정부가 기준을 자꾸 바꿔 시행시기가 늦어지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아무런 의지 없이 주변의 시선에 따라 좌우되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며 “이처럼 정부 자체가 흔들리는데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결국은 딱지상품권 발행사들만 쾌재를 부르게 됐다”며 “정상적인 상품권을 사용해온 게임장에서는 딱지와 차별화가 안된다며 손해배상이라도 할 기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