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기자의 고수에게 배운다]구룡쟁패편(상)

무협 온라인 게임에서 고수가 빨리 되기 위한 지름길은 없을까. 며칠동안 밤을 새며 24시간 게임에 매달리면 금방 레벨이 올라 고수로 인정받겠지만 그것은 사람의 할 짓이 아니다.

게임을 즐기면서도 재미있게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있으리라. 이런 의문을 가지고 ‘구룡쟁패’의 고수를 찾아 한 수 배워 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고수란 미모의 여인이었으니….

무협 온라인 게임 ‘구룡쟁패’에 통달하라는 지령을 받고 절정의 고수를 찾아 신촌의 한 PC방을 찾았다. 인간을 초월한 무림의 고수는 분명 초라한 행색에 긴 수염을 달고 비쩍 마른 모습일거라고 혼자 상상했다.

아니면 내공이 워낙 많이 쌓여 배가 임신한 것처럼 부풀어 있고 이마가 움푹 꺼져있는 것은 아닐는지. 약속을 정하고 만나는 것이지만 상대방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고 단지 ‘무시무시한 고수’라는 사실 하나만 얼핏 들었을 뿐이었다.허나 PC방 문을 들어서며 그녀(!)를 본 순간 고수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은 먼 아미산으로 날아갔다. 긴 생머리에 단아한 복장을 한 여성 유저였기 때문이었다.

“아이구∼ 대단히 반갑습니다. 눈물이 다 나네요. 이것도 인연인데 저에게 많은 지도를 앞으로 꾸준히 오래오래 부탁드립니다.”

“네, 뭐 제가 아는 건 별로 없는데 도와 드릴께요.”

무협에 여성 고수라. 이것은 그동안 쉰내 폴폴나는 남자 유저들만 상대했던 아픔을 치유하라는 하늘의 뜻이 아니였을까.그 고수의 이름은 지현주(26). ‘구룡쟁패’에서는 ‘봉낭자’로 통하며 개방에 소속된 거지 중 한 사람이었다. 참고로 개방이란, 강호의 실력있는 거지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다.

현재 봉낭자는 개방에만 입문한 상태였고 특별히 별도의 분파에는 소속되지 않았으나 막강한 실력으로 무림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봉낭자라. 어찌 이름이 좀 요상하다. 지현주씨가 설명한 봉낭자라는 이름의 유래는 이렇다. 개방파는 타구봉법이라는 것이 대표적인 무술이고 타구봉법은 봉을 사용한다. 그래서 봉낭자라는 것. 거, 참….

“처음부터 해야하니까, 일단 ‘구룡쟁패’라는 게임에 대해 아셔야 해요. 그게 기본입니다.”

봉낭자는 ‘구룡쟁패’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게임은 다른 무협 MMORPG와 달리 시원스럽다는 것. 타격감도 화끈하고 맵이나 전체적인 플레이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특히 타 무협 온라인 게임들에게 없는 ‘경공술’은 ‘구룡쟁패’를 살리는 최고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온라인 게임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면 어쩔 수 없이 체력이 줄어 든다. 그러면 물약을 먹거나 운기조식을 행해서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몬스터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하는데 평범하게 뛰어가다가는 그놈들 손에 잡혀 죽기 쉽상이다. 그래서 경공술을 사용하면 마치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것처럼 게임상에서 빠른 속도로 뛰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몬스터가 쫓아오지 못하는 안전한 장소까지 도망간 후 운기조식으로 체력을 보충하면 금새 팔팔해진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짜증나지 않아요. 아무래도 캐릭터가 죽는 것 보다 더 화나는 일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봉낭자는 캐릭터를 처음부터 키우면 경험치가 천천히 쌓이기 때문에 빠른 레벨업을 위해서는 수련 서버에서 퀘스트를 시행하라고 일러줬다. 수련 서버는 퀘스트 전문으로 ‘구룡쟁패’의 클라이언트와 별도로 운영된다. 쌓이는 경험치가 본 서버에 비해 무려 40배나 높다. 길에서 노는 죄없는 황구를 때리기만 해도 경험치 게이지가 죽죽 올라가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먼저 캐릭터를 만들었다. 봉공주의 조언을 따라 개방으로 선택했다. ‘구룡쟁패’에는 개방, 소림, 비궁 등 여러 개의 문파가 있는데 밸런스 차이는 사실상 없다. 개방을 권유한 이유는 단지 운기조식을 엽기적으로 하기 때문에 구경하기가 재미있어서란다.

수련 서버에 접속하면 개방의 마을에서 게임이 시작되는데 계속해서 미션이 주어진다. 인벤토리 창에 ‘강호풍운록’이라는 것이 생성되고 유저가 해야할 퀘스트와 완료한 퀘스트 등이 기록된다. 처음의 미션은 매우 간단하다. NPC를 오고가며 물건을 갖다 주는 것만으로도 경험치를 팍팍 준다. 최구라는 상인의 부탁만 몇 번 들어줘도 레벨이 2단계는 올라간다.처음에는 개방의 일원도 아니고 단순히 거지이기 때문에 기술도 없고 운기조식도 못 한다. 개방파는 기본적으로 봉을 들고 다니는데 초보는 부러진 막대기 하나 없다. 퀘스트를 계속하다 보면 개방의 장로 죽장신개을 통해 개방에 정식으로 입문할 수 있다. 그전에 운기조식을 익힐 수 있는 퀘스트가 있는데 매우 재미있고 독특하다.

“운기조식 퀘스트가 재미있어요. 한 번 해보세요. 호호호.”

운기조식 퀘스트를 하려고 하자 봉공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빨리 해보라고 재촉했다. ‘구룡쟁패’의 운기조식 퀘스트는 확실히 다른 것들과 달랐다. 동물을 잡아 오거나 금을 요구하는게 아니라 일종의 미니게임이었다. 양, 음, 무라는 글자가 적힌 버튼이 무작위로 나열되고 그 순서와 흐름에 따라 마우스의 왼쪽, 오른쪽 버튼을 타이밍에 맞춰 눌러야 하는 게임이었다.

“아니, 이게 뭐니. 별 것이 다 있네.”

순간적으로 당황했으나 곧 냉정을 되찾고 침착하게 대응. 무사히 운기조식의 관문을 통과해 기술을 몸에 익혔다. 봉낭자는 예상과 달리 한번에 통과한 것이 놀라웠는지 눈을 크게 뜨며 칭찬을 했다.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한량’을 때려 잡는 수준까지 레벨을 올리자 봉낭자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본 서버에서 좀 더 수련을 쌓아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생각보다 훨씬 잘 하시네요. 봉법과 곤법을 더 익히시면 공격 조합에 대해 알려드릴께요. 사실은 그 때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죠.”

그리고 봉낭자는 ‘구룡쟁패’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한번 읽어 보라고 권했다. 온라인 게임이지만 자신의 캐릭터와 문파에 대해 이해하고 작품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기본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